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는 올해는 지난해에 미뤄졌던 대형 기업 인수합병(M&A)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대우조선해양 등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적자금 투입기업이 매각대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채권단들도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매각작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잇단 매각대기=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와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새 정부가 출범하는 2월 이후 하이닉스반도체·현대건설·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을 거친 대기업들이 연이어 매각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는 최근 "내년(2008년) 상반기에 매각절차에 들어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진정된 이후 우선협상자를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도 빠른 시일 내에 채권단 모임을 열어, 채권단 보유지분 매각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공적자금 투입기업의 매각은 순차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높은 가격대에서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한 수급조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진행되고 있는 매각작업의 마무리가 우선이다.

◇대한통운·쌍용건설·대우일렉, 상반기 완료=법정관리 중인 물류업계 1위 대한통운의 매각절차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12월11일 매각주관사인 메릴린치가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금호아시아나·한진·GS·현대중공업 등 10곳이 인수의사를 밝혔다. 이르면 4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건설과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우일렉은 지난해 상반기 인도 비디오콘으로의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채권단은 '선 구조조정, 후 매각' 방침 아래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현대건설·대우조선해양 등 대형매물 줄이어=초대형 매물로 분류되는 현대건설·대우조선해양 등은 올 상반기에 매각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KCC그룹이 경쟁적으로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현대건설이 우선 관심을 끈다.

2005년 대우건설이 6조원대에 매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은 시가총액과 시장 영향력을 고려해 7~8조원대 안팎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이 현대상선 지분 8%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의 치열한 인수전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대우조선해양은 포스코와 GS그룹, 두산그룹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 지분 51%를 일괄 매각할 경우 최종 매각대금은 8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일괄매각일 경우 노동조합과의 마찰도 예상된다. 대우조선노조는 정부 지분 분리매각을 전제로 노조의 매각과정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거대 매물군으로 분류되는 하이닉스는 채권단의 일정상 올해 안에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은행 민영화 맞물리면 매각기업 늘어나=예금보험공사가 지분 73%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매각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체 지분의 6~7% 수준(약 1조원)을 단계적으로 매각한 뒤 지배지분(50%+1)을 팔 것이라는 기본 계획만 나와 있다. 예보는 지난해 말 소수지분 매각을 위해 삼성증권·우리투자증권·UBS증권·씨티그룹 등 4곳을 주간사로 선정했다.

이명박 당선자의 국책은행 민영화 의지와 맞물릴 경우 산업은행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다른 기업의 향배도 관심이다. 산업은행은 매각이 거론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31.26%), 하이닉스반도체(7.1%), 현대건설(14.69%), 대한통운(7.14%) 외에도 현대종합상사(22.53%), SK네트웍스(2.09%) 등 100여개 기업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김기홍 한국투자증권 M&A팀 과장은 "지난해 유보됐던 대형 매물에 대한 인수합병이 올해 본격화될 것"이라며 "정부의 의지에 따라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다른 기업도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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