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철강산업을 좌우할 키워드는 '사양화'와 '구조조정'이다.
사양화의 중심에는 범람하는 중국산 철강재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산 철강재는 국내 수입물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도 현재 수준 유지 또는 확대가 예상된다. 중국산 철강재의 증가는 품목별로 취약한 업체들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급증에 따른 원자재 가격 인상이 국내 철강업체의 수익률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진율이 떨어지고 있는 강관업계는 중소업체의 도산과 인수합병(M&A)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밖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양강체제 강화와 대형업체의 설비증설도 지속될 전망이다. 초과공급에 따른 경쟁격화와 고철(스크랩) 수급 불균형도 철강산업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수입 절반 이상이 중국산=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832만톤으로 전체 철강제 수입량의 52.7%를 차지했다.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2003년 182만톤으로 전체 철강재 수입량의 11.6%를 차지한 이후 해마다 10%포인트 안팎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2005년까지 8억7천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던 대중 철강 무역수지는 2006년 14억9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7월까지의 적자액만 29억3천만 달러에 달했다.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 폭증은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경쟁관계의 국내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격인하에 나서면서 채산성이 하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수출세 인상으로 국내업체들이 수입을 억제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수입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대신에 수입가격 상승으로 인한 일부 품목의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후설비 폐쇄와 대형화를 유도하는 차원에서 수출세를 추가로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2008년 철강재 수급전망'에서 "중국의 수출 억제조치로 수입감소 요인이 있으나, 국내 공급부족 품목의 수입증가세 지속으로 2007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관업계 구조조정 직면=중국산 철강재의 가격상승으로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강관업계다. 여기에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제조업의 해외이전으로 인한 철강수요 증가율 둔화도 구조조정의 원인이 되고 있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강관업계로서는 중국산 수입가 인상은 곧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150개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강관업계 내부에서 자생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마진율 저하로 인해 기업활동이 어려운 중소업체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강관업계에서는 (주)휴스틸과 (주)세아제강이 선도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강관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공급과잉·경쟁격화도 위기 요인=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강업체들은 시장 지배력 확보와 일시적인 철강경기 호황 등으로 설비증설에 나서고 있다. 철강업계 간 출혈경쟁과 공급과잉에 따른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후퇴 등이 우려된다. 지난해 동부제강(250톤 전기로 신설), 한국제강(70톤 전기로 신설), 대한제강(80톤 전기로 신설), 한국특수형강(50톤 전기로 재가동), 현대제철(70톤 전기로 재가동) 등이 공급확대에 나섰고, 이같은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자명 비전노동센터 대표는 "강관업계가 구조적인 공급과잉과 중국과 러시아산 강관 수입 급증,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며 "철강산업의 사양화와 구조조정은 성숙기와 쇠퇴기를 가리지 않고 모든 철강품목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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