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현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부터다. 이랜드·코스콤·철도공사 KTX승무원 등 대표적인 비정규 노사분규가 되레 악화되거나 정체되는 양상이다. 정권교체기를 틈타 사업주들의 극심한 눈치보기와 버티기 행태가 나타난 것이다. 때문에 이명박 당선자가 구성하게 될 인수위원회가 비정규직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료사진=정기훈 기자
 
 

철도공사는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을 역무 계약직으로 고용하는데 노조와 의견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합의서 서명 전날인 지난 20일, 갑자기 입장을 바꿔 최종 합의를 유보했다. 이어 24일에는 "승무원 문제는 노조와 협의하거나 합의할 사항도 아니고, 합의 하더라도 차기 집행부와 논의할 사항"이라며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에 앞서 철도공사는지난 11일 사실상 잠정합의를 해놓고선 대선(19일) 이후로 미뤘다. 대선 후의 전망이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예고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후로 철도공사는 입장을 바꾼 것이다. 때문에 정권교체에 따라 공사 경영진 교체도 예상되면서 최종 문제해결에 대한 부담을 차기 경영진에 미룬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랜드 그룹은 노사 집중교섭을 이틀 앞둔 18일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노조 간부 33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노사 대화분위기가 집단해고로 경색국면으로 바뀐 셈이다.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아 고발된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도 대선국면에서 슬그머니 귀국했다. 코스콤 역시 서울남부지법의 사용자성 인정 판정에도 정규직 직접고용 문제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면서 버티고 있다. 또 불법파견 판정으로 고용의제를 적용받는 하청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먼저 정규직화 시키고 나머지는 법원 최종 판단에 따르라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노동부의 중재안도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비정규직 현안이 있는 사업주나 경영진이 정권교체를 틈타, '버티기 또는 물타기'를 하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각에선 새정부 인수위가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인 2003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두산중공업 고 배달호씨가 막대한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하는 사건(1월)이 발생했다. 노조원에 대한 과도한 손배가압류 문제가 사회적 쟁점화됐다. 결국 노무현 정권은 3월에 권기홍 노동부 장관을 두산중공업에 직접 파견해 노사 합의를 이끌어 냈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코스콤, 이랜드, KTX 문제가 연내에 해결되길 바랐지만 대선국면에서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들 사업장 문제 해결여부는 비정규직과 양극화 문제에 대한 새 정부 의지를 상징하게 될 것"이라며 "새 정부는 최우선 과제로 놓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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