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지하철 기관사가 운명을 달리했다. 경찰의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겠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에 따르면 사망원인은 '용변' 때문이다. 서울지하철노조에 따르면 설사병이 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던 이 기관사는 너무 급한 나머지 달리는 기관실의 문을 열고 똥을 누다 사망했다고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필요한 '화장실'이 숨진 기관사에게는 너무나 멀었던 것이 그만 목숨까지 잃게 한 것이다.

사실 지하철 기관사들이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조차 해결하지 못해 애를 태운 것은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기관실에 신문지를 깔고 급한 용무를 해결하는 그들의 처지는 지난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까지 됐지만 사용자는 여전히 이를 외면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사측이 내놓은 방안은 고작 '운전 전날 과식과 과음을 삼가하라'는 내용의 사원교육이 전부이다. 이번 사망사고에도 서울메트로의 대응은 한심한 수준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만약 기관사가 화장실 때문에 열차운행을 지체한다면 바쁜 승객들에게 큰 불편을 줄 수 있다"는 말로 '일부 승강장만이라도 화장실을 설치해 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비단 서울메트로 외에도 상당수 사용자들이 더 많은 매출을 위해, 더 높은 이윤을 위해서라면 노동자의 생리현상쯤은 무시해버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계산대에 서서 일하는 유통업 노동자들은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제때 화장실을 가지 못해 방광염에 걸리고, 버스·택시 노동자들은 노상방뇨로 경범죄자가 돼버린다. 울산플랜트를 비롯해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이 ‘식당에서 밥 먹고, 화장실에서 똥 싸고 싶다’고 파업까지 벌이는 상황이다.

지난 6일 노동부는 건설노동자를 위한 화장실 설치를 법제화하는 ‘건설고용 개선에 관한 법률안(개정안)’의 후속입법을 내놨다. 공사 예정금액이 5천만원 이상이면 노동자들이 5분 이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화장실을 설치하도록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500만원을 물도록 했다.

사용자들이 오죽했으면 ‘화장실' 법안까지 만들어지는 상황에 이른 것일까? 배변의 욕구는 사용자든 노동자든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생리현상임을, 그리고 반드시 보장해야할 기본적인 인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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