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허치슨-KIT지회 전면파업과 22일 예선지회 부분파업으로 시작된 운수노조 광양항 파업이 28일이면 일주일째다. 예선지회는 교섭에 진척이 없으면 조만간 전면파업으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파업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허치슨-KIT지회는 지난 23, 24일 허치슨터미널과 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조활동 보장 등 핵심쟁점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예선지회도 26, 27일 10개 예선사 중 8개 회사와 기본협약 체결 및 단협을 놓고 집단교섭을 벌였지만 단체협약은 개별적으로 교섭하자는 업체들과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집단교섭에 불참한 2개 회사에 대해서만 부분파업을 진행했던 예선지회는 28일 중으로 교섭에 진척이 없으면 전면파업으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예선지회가 전면파업에 돌입하면 총 29척의 광양항 예선 가운데 25척이 멈추게 돼 유조선과 화물선 등 대형선박들의 입항과 출항은 사실상 중단된다. 따라서 파업 일주일째인 28일이 운수노조 광양항 파업의 최대고비가 될 전망이다.

운수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여수엑스포 유치와 관련한 여론악화를 우려해 전면파업을 자제했지만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 이상 파업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광양항 물동량은 전국대비 18.8%로 부산항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노조인정, 최저임금 기본사항도 해결안돼
"업체들, 노골적으로 민주노총 거부"
운수노조 광양항 파업의 핵심쟁점들은 대부분 노조 인정과 노조활동 보장, 고용보장과 최저임금 보장 등 기본협약과 최소 노동조건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현재 공동투쟁 중인 3개 지회는 모두 올해 7~8월에 설립된 조직으로, 민주노총에 대한 업체들의 거부감이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예상보다 하루 빨리 전면파업에 들어갔던 허치슨-KIT지회는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장비기사들로 이뤄진 노조다. KIT터미널은 허치슨터미널이 90%의 지분으로 현대상선 등과 합자해 설립한 별도법인이다.
 

지난 7월 설립된 허치슨지회가 8월부터 KIT 직원까지 가입대상으로 정하자, KIT는 파견 나온 허치슨지회 조합원들을 복귀시키고 별도 기업별노조 존재를 이유로 운수노조와 교섭을 거부해 왔다.
 

때문에 노조 인정과 노조활동 보장 등 기본협약에 대한 교섭도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허치슨지회도 별도로 설립돼 있던 기업별노조원들이 "회사가 시켜 노조를 만들었다"며 양심선언과 노조 해산을 선언하면서 만들어진 바 있다.
 

허치슨터미널의 경우 구조조정도 주요 쟁점이다. 최근 한국허치슨터미널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지회는 단협체결 때까지만이라도 구조조정 추진을 중단하고, KIT로 전직도 수용할 수 있다는 방안까지 제안했지만 회사는 계속 거부하고 있다.
 

예선지회도 10개 선박회사를 상대로 공동교섭을 통한 기본협약과 단협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난항이다. 10개 회사 가운데 8개 회사는 기본협약체결을 위한 교섭에 참가하고 있지만 나머지 두 개 회사가 계속 거부하면서, 선박회사들은 단협체결은 기업별 교섭을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지회는 선박업체들의 제살 깍아먹기식 경쟁과 불법 리베이트 성행이 임금 등 노동조건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며 해양수산부에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허치슨-KIT지회, 예선지회와 공동파업을 계획했다가 유보중인 동성항운지회는 고용보장과 최저임금이 쟁점이다. 컨테이너를 결박하거나 푸는 작업(라이싱 작업)을 주로 하는 노조원들은 노조전임자 보장 등 기본협약에서 일부 양보하는 대신, 계약직들의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동성항운은 지난 12일 33명의 직원에 대해 총 3천430여만원의 법정 최저임금 미달액을 지급하라는 지시를 노동부로부터 받았는데도 이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김흥식 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사무국장은 "업체들은 대 놓고 민주노총만 탈퇴하면 요구사항을 들어준다고 말한다"며 "민주노총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감이 사태해결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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