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직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이 지난달 29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무인운전 시험과 관련해 완전 자동모드의 존재유무, 승객을 태운 첫 실험 여부 등의 허위 증언 외에 이후 3차례에 걸친 서면보고도 자료를 빠트리거나 삭제한 의혹이 짙다.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과 운행데이터에 나타난 기록이 다른가 하면, 운행데이터 기록을 삭제한 흔적도 발견됐다. 또 운행데이터에 나타난 기록이 구체적 내용으로 저장되는 고장데이터에서는 나타나지 않아 고장데이터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의 운행데이터와 고장데이터는 항공기의 블랙박스와 유사한 것으로 운행데이터에는 각 역마다 전동차의 출발 및 도착시간, 속도, 자동과 수동운전여부, 출입문 계폐상태까지 자동 기록된다. 또 고장데이터에는 운행데이터에 나타난 출입문 개폐상태에 따라 고장내용이 자동 입력된다.

축소보고, 데이터에서 들통나

공사는 1, 2차 보고에서 27일 5호선 시범운행에 나선 전동차(5540호)열차가 까치산, 발산, 송정 역에서 고장이 없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영순 의원실에 3차 보고로 제출된 운행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세 곳의 역에서 무인모드설정이 불가한 것으로 기록돼 무인모드에서 자동모드로 운행했다고 나타났다. 무인운전 모드시스템에 에러가 생겨 실패했음을 뜻하는 것으로, 앞선 보고가 축소됐다는 사실을 운행데이터에서 확인한 것이다.

같은 날 7호선에서 시범운행한 전동차(7101, 7098호)에 대해 공사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1, 2차 보고서에서 밝혔다. 하지만 3차 보고서로 제출한 고장데이터에는 무인모드설정에 실패한 뒤 재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뒤에 나온 자료를 통해 앞에 보고한 내용이 축소되거나 은폐된 사례가 총 5가지 사례가 있다고 이영순 의원은 주장했다. 그나마 제출한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조작한 사례도 발견됐다.

공사는 1차 보고서를 통해 27일 5호선을 운행한 전동차(5063)가 승객이 많아 11분 동안 지연됐다고 밝혔다. 이어진 2차 보고서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3차 자료로 제출된 운행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까치산역과 영등포구청역 사이 구간 오전11시 21분37초부터 11시 31분50초 사이의 자료가 삭제돼 있는 것이 발견됐다.<사진>
 

자료가 조작됐다고 여긴 이 의원과 서울도시철도노조는 운행데이터 원본을 입수해 본 결과 오전 11시31분27초에 영등포 역에서 출입문이 닫히면서 여러개 문이 닫히지 않았다는 기록을 확인했다.

실제 이날 해당 열차에 탑승했던 기관사증언에 따르면 영등포구청역에서 출입문이 닫히지 않자 승객이 운전실로 찾아와 항의했고, 이 승객은 여의도역에서도 재차 항의하면서 열차번호까지 메모해갔다.

데이터 삭제흔적도

운행데이터와 고장데이터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도 발견됐다.

8호선을 운행한 8086 열차와 8091 열차에 대해 공사는 1차 보고서에서 고장내용이 없다고 밝혔지만 2차로 제출한 운행데이터에는 8086 열차가 몽촌토성역과 강동구청역 사이에서 비상제동을 체결한 기록이 발견됐다. 또 8091 열차는 암사역과 몽촌토성역에서 급제동 장치 고장으로 무인모드 시스템이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 이상한 것은 운행데이터에 기록된 고장 내용이 구체적으로 입력돼야할 고장데이터에는 아무런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영순 의원실은 "실무관계자와 통화하니까 두 데이터의 기록이 다르게 나온 일은 처음이라는 증언을 들었다"며 "운행 카드 등을 조작해 은폐할 한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영순 의원은 공사가 낸 보고서와 운행데이터를 전부 비교분석한 결과 시험운행의 성공률도 조작됐다고 밝혔다. 공사가 낸 자료에 따르면 총 300역에서 시범운행을 해 96.7%의 무인모드 운전 성공률을 보였다. 하지만 이영순 의원이 운행데이터를 분석한 것에 따르면 295개 역에서 시범운행을 해 86.1%의 성공률에 머물렀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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