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자유주의 반대, 민주주의 수호와 권리 신장 위한 노동자들 저항 계속

21세기의 첫해가 저물고 있다. 올 해 지구촌 노동자들은 시애틀 WTO총회 저지에 이어 IMF, EU 등 소위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모일 때마다 '세계화 반대' 목소리를 드높였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구조조정 반대목소리가 높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증가했는가 하면, 주35시간 노동제를 시행한 국가도 눈에 띈다.

* 프랑스 주 35시간 노동제 시행 들어가

올 해는 프랑스가 세계최초의 주 35시간 노동제를 시행한 해였다. '오브리법'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지난 2월1일부터 종업원 20인 이상의 모든 기업에 대해 법정노동시간이 주당 38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지난해 말 의회가 사용자단체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시켰으며 단축의 방식은 노사협상을 통한 협약체결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전체 기업의 86%에 해당하는 10만여 개 기업이 아직까지 35시간제 협약 체결을 하지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동맹(CFDT), 노동총동맹(CGT), 노동자의 힘(FO) 등 전국단위 노조에서는 이미 지난 2월 법 시행과 동시에 전국 노동자 총 동원을 명령해 놓은 상태. CFDT에서만도 7000여명의 교섭 전문가들이 노사간 협약체결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한편, 호주에서는 건설노조를 중심으로 주 36시간 노동제를 도입했는가 하면 카르도소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할 당시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 역시 40시간 노동제 도입을 위한 의회논의가 진행중이다.

* 국제자유노련 17차 총회 남아공서 개최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국제자유노련(ICFTU) 17차 세계 총회가 지난 4월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회적 정의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제 3세계 국가 중 사회주의적 성향이 비교적 강한 것으로 알려진 남아공노총(COSATU)주최로 개최된 이번 총회는 그동안 선진국 노동자들의 이해를 주로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국제자유노련의 변화가능성이 점쳐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노동조합 대표들이 참가한 이 대회는 나흘 동안 ▲노동조합 권리 옹호 ▲국제 노동기준의 적용 ▲아동노동 금지와 모성보호 등 ICFTU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14개의 결의문을 통과시킨 후 7일 폐회됐다.

ICFTU는 특히 노사정 협의기구로서의 국제노동기구(ILO) 역할 강화를 역설했으며, ILO측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창설에 따른 사회조항 채택을 위한 논의 테이블을 제안했다. ICFTU는 이를 위해 ILO와 함께 노조가입권, 단체협상권, 강제노동 폐지, 작업장 차별 금지 등이 포함된 기본적 노동권 보장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세계화 반대 노동자 시위 격화

지난 해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된 노동자들의 세계화 반대 시위가 올 한해 지구촌에서 국제회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요소로 등장했다. 1월2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을 시작으로 4월16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춘계회의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 9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과 IMF-세계은행 총회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100여 명 이상의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최근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은 지역별로 열리는 각급단위 회의로 확산되는 추세를 띠고 있다.

태국의 경우 지난 5월6일 치앙마이에서 아시아개발은행(ABD) 총회를 개최하면서 수천명의 시위대를 막아야 했으며 브라질에서는 8월10일 소작인 2만여 명이 토지개혁을 요구하며 미국대사관에 몰려가 IMF의 구제금융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비정규직 증가... 전 세계적 추세

올 한해 노동계의 커다란 화두였던 비정규직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 구제금융 한파를 겪었던 브라질의 경우 지난 3월 창출된 62만616명의 일자리 중 고작 9만2424명 만이 정규직으로 고용됐을 뿐이다.

이러한 추세는 선진국인 스웨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스웨덴 통계는 전체 비정규직 규모를 약 50만 명, 전체 노동 인구의 14%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는 90년 대 초에 비해 50%나 증가한 수치라는 것. 프랑스에서는 지난 1년간 18.7%(10만6천 여 명)에 달하는 파견노동자들의 급속한 증가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수치는 52.7%가 파견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제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와 함께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활동 역시 활발했다. 영국에서는 지난 7월1일부터 파트타임 노동자에게 풀타임 노동자와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파트타임 노동규칙'을 시행중이다. 독일 역시 지난 9월 파트타임노동자의 직업선택 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의 노동법 개정을 했다.

스웨덴노총(LO)은 파견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80%로 보장하고 균등대우를 명시한 인재파견업무 협약을 사용자 단체인 서비스업 협회와 체결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협약은 160개사 약 7천여 노동자들에게 오는 2002년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 세계 각국 은행, 전력 노동자들도 구조조정 반대 파업

올 해 한국 노동계의 가장 커다란 화두였던 '구조조정' 문제는 세계 노동자들에게도 다르지 않았다. 인도에서는 정부의 국영은행 민영화 방안에 반발해 지난 11월15일 총파업을 벌였다.

인도정부가 국영은행 지분비율을 현행 51%에서 33%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던 것에 반대해 파업을 벌인 것이다. 인도는 전체 은행의 80%가 국유기업이고 노조에 가입해 있는 은행원은 100만 명에 이른다.

미국 통신업체 베라이존사(벨·아틀란틱 커뮤니케이션스의 새로운 이름) 소속 노조원 9만여 명도 회사의 구조조정 방침에 반발해 지난 8월6일부터 18일간 파업을 벌인 끝에 3년 간 임금인상 12% 등 노조의 요구 대부분을 관철시킨 뒤 타결했다.

전력 산업 민영화와 관련한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인도 타미르나르 주에서 시작된 전력 민영화 반대 물결은 지난 7월 인도 전력산업 노동자 전체의 파업결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영화 춤추는 무뚜의 배경이기도 했던 타미르나르 주는 현재 1260만 호의 송전 가구 중 산간 벽지 등 140만 호에 무료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노조는 "전력이 상업적 용도로 이용되지않고 있는만큼 민영화 논리는 억지"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올 초 국영전력회사(Napocor) 민영화 과정에서 노조간부를 거액의 뇌물로 회유하는 사건이 발생, 물의를 빚었다. 아브넬 일렉트로닉 리어 국영전력회사노조(NECU) 위원장은 지난 4월 "해외로부터 유입된 자금이 민영화 반대파에 대한 매수공작에 사용됐다"며 필리핀 전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연대를 호소. 필리핀 노동계는 내년 총선에서 '민영화 반대'를 공약으로 야당과 연대를 추진 중이다.

* ICFTU 최상위 도메인 "닷 유니온" 요구 거부당해

국제자유노련(ICFTU)이 인터넷 주소관리기구(ICANN)에 최상위 도메인 확장자 명으로 '닷 유니온(.union)'을 요구해 화제를 모았다. ICFTU 측은 지난 10월 3일 ICANN측에 보낸 제안서에서 "전 세계 노동조합들의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한 도메인이 필요하다"면서 "도메인은 노조들에게만 비영리적으로 허용될 것"임을 명시했다. 이 제안서는 또 "최근 논의가 되고 있는 신규도메인은 '.bus', '.info' 등 상업적 내용에 치중하고 있어 문제"라면서 ".union의 경우 시민사회의 유일한 제안으로 받아들여 져야한다"고 강조.

미국노동총동맹(AFL-CIO), 남아공노총(COSATU) 등 총 20개 국의 노총이 서명해 제출된 이 제안은 그러나 지난 11월17일 새로운 인터넷 도메인으로 채택되지는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닷헬스(.health)'를 요구하는 등 국제기구의 인터넷 최상위 도메인 요구가 늘어나는데 이를 허용할 경우 '최상위 도메인'으로서의 분류기준이 모호해 질 우려가 있었다는 게 ICANN측 설명이다.

* 최초의 여성 노총 위원장 탄생

스웨덴노동조합 총연맹(LO)이 최초의 여성 총동맹 위원장을 탄생시켰다. 96년 이후 4년 만에 지난 9월3일부터 6일까지 열렸던 LO총회에서 원야 룬드비-웨딘(Wanja Lundby-Wedin)여사가 신임 위원장에 올랐다.

노조원 60만으로 LO최대 노조인 지방자치단체노조(SKAF) 간호보조원 출신인 그녀가 스웨덴 노총과 인연을 맺은 것은 91년 '일과 성(work and gender)' 그룹에서 활동하면서부터. 원야 신임 위원장은 위원장 취임사를 통해 "계급투쟁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우리는 페미니스트가 되야 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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