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는 강하다. 여론조사 1위 후보여서 그런 게 아니다. 5년간 국민의 삶을 책임질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TV토론회에 대해 불참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92년 대선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TV토론 기피증이 연상된다.

한국노총과 MBC가 23일 주최하는 노동·사회분야 대선후보 초청 TV토론회 참석을 재차 촉구하기 위해 15일 오전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이 후보를 찾았다. 이 후보는 TV토론회에 응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 이 후보 캠프측에서 제안한 대리 토론자 참석이나 26일 후보등록 이후로 일정을 변경하면 가능하다 등의 약속도 쏙 들어갔다. 대신 상호토론을 배제하고 후보별로 60분씩 정견발표를 하는 방식으로 토론회 형식을 수정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이 후보의 '본심'을 확인한 뒤 이날 이 후보의 토론회 불참 문제로 열린 중앙정치위원회를 주재했다. 하지만 다수를 점하고 있는 후보 배제 불가측에서 이 후보에 대한 동조론을 적극 제기했다. 이에 맞서는 후보 배제 불사론은 소수에 그쳤지만 한국노총의 조직적 사활이 걸린 정책연대를 훼손하는 행위를 가만둘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날 정식의제는 'TV토론회 성사를 위한 대응방안'이었다. 토론회를 거부하는 후보를 어떻게 토론회 자리로 끌어들일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한 산별 위원장은 "한나라당 없이 ARS 조합원총투표 갈 수 없다. 가장 높은 지지후보를 배제한다면 정책연대와 TV토론 모두 의미가 없다. 배제 논의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책연대는 될 사람과 하는 것이라는 오래된 주장도 나왔다. 토론회 불참과 후보 배제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도 제시됐다. 토론회 문제보다 후보 배제가 상위개념이기 때문에 토론회 불참이 곧 정책연대 후보 배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후보 배제에 따른 한국노총 지도부 책임론도 제기됐다. 이들은 이 후보의 입장을 적극 두둔했지만 토론회 참여를 위한 압박카드로 "후보 대신 후보가 지정한 사람이 나와서 토론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유일한 대안일 뿐이었다.

유영철 관광노련 위원장은 TV토론 안 나오겠다면 배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경하게 맞섰다. 유 위원장에 동조하는 이들은 불참후보에 대한 '배제' 결의와 함께 토론회 참여를 압박하기 위해 한나라당 당사 항의방문을 조직하는 것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 지역본부 의장은 "그건 한나라당에 구걸하는 것"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장대환 정치기획단장은 "이명박 후보 배제라는 결론을 갖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며 "한나라당측에서 계속 기피하고 있으니 TV토론을 성사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불참후보를 토론회로 참여시키는 다양한 숙제를 가져가야 하는데 빈손으로 돌아간 격"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불참한 상태에서 토론회 개최가 의미가 없는 만큼 토론회를 깨끗이 접고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묻는 방안도 거론됐다.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로 오는 19일 중앙정치위원회로 이월됐다. 한국노총 핵심 관계자는 회의 직후 "배제한다는 주장과 신중론이 맞부딪쳤지만 TV토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양측이 부인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가 태도의 변화 없이 오만하게 한국노총의 TV참석 요구를 끝까지 거부한다면 19일 결정에서는 정책연대 후보 배제쪽으로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TV토론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정책연대의 흥행과 대국민홍보에만 있지 않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후보가 공중파에 나와서 노동사회정책에 대한 공약을 발표함으로써 대국민확약서를 받는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배제 문제는 앞선 의제의 토론이 길어지면서 19일로 연기됐고, ARS 응답률 제고방안은 원안대로 처리됐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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