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 발생한 한 장애인의 죽음은 장애인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뇌성마비 1급 중증장애인으로 취업을 위해 노력해오던 이모씨가 면접까지 통과한 회사로부터 취업이 최종 취소된 것을 통보받고 이에 비관, 달리는 전동차에 스스로 몸을 던졌던 것이다. '실업'이 낯설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정상인들에 비해 10배 이상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는 장애인들은 아예 노동시장으로부터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실업극복연대(장실연)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구는 450여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경제활동이 가능한 장애인은 94.3%인 424만 3,500여명이고 취업된 장애인은 134만 9,400여명, 실업장애인은 271만 5,900여명이어서 장애인 실업률이 66.8%에 이른다.

장실연은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고용율은 여전히 2%의 의무고용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의 인식도 변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의무고용률을 상행조정하고 △의무고용기업을 300인 이상에서 100인이상 사업장으로 조정하며 △고용부담금도 2배로 강화하는 등 행정적 규제를 강화해 장애인 고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의무고용률을 채우기 위해 취업이 되는 경우에도 장애인들은 저임금에 시달려야 하며 업무도 단순기능직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 국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최근 5년 동안 취업시킨 장애인 2만5,560명 중 50.6%인 1만2,938명이 취업한지 1년 이내에 각종 사유로 퇴직했으며 심지어 39.8%는 6개월 이내에, 28.8%는 3개월 이전에 퇴직했다. 3년이상 취업중인 장애인은 5.4%에 불과했다.

이는 열악한 임금수준과 단순기능직에 편중된 고용형태에 기인한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을 통해 취업한 장애인의 99년말 현재 월 평균임금이 59만8,189원으로 이는 같은 기간 전산업 월 평균임금 159만9,210원의 37.4%에 불과하다. 또한 단순제조업에 취업한 장애인이 70.3%로 대다수이며 전문·기술업종은 1.5%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의무고용률을 채우기 위해 저임금이고 단순기능직에만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노동부는 내년도 장애인고용부담기초액을 전년도에 비해 5% 상향조정했다. 대신 의무고용률을 초과한 기업에게는 대폭 상향된 고용장려금을 지급해 고용을 유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장애인 실업단체들은 이러한 조치로는 장애인 실업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올해 300인이상 사업장의 경우 장애인을 1명도 고용하지 않은 곳이 438개 기업에 이르고 삼성전자(주)가 14억 6,000만원의 부담금을 내는 등 대기업들에게 고용부담금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또한 솔선수범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들의 평균장애인 취업률이 1.63%에 불과한 상황에서 고용부담금의 소폭인상으로는 66.8%의 장애인 실업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보다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와 이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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