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택은행 직원들의 집단농성이 28일 공권력 투입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농성현장을 벗어난 노조원들이 지속적인 파업의사를 밝히고 있어 영업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또 이번 파업으로 은행합병에 대한 정부 경영진 직원들의 '총체적 역량부족'이 드러남에 따라 국민, 주택은행 합병 뿐 아니라 전체 은행구조조정 일정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영업마비 연초까지 계속될 듯

 국민 주택은행 노조의 파업농성이 강제해산 됐지만 두 은행의 영업마비 사태는 연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은행 경영진은 28일 영업시간(오전 9시30분)까지 출근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불법파업행위를 불문에 부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때까지 출근하지 않는 직원은 은행법 및 기타 규정에 따라 엄중문책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두 은행 노조지도부는 이날 아침 경찰병력이 농성장에 투입되자 노조원들에게 적극적인 저항은 자제하되 파업은 여전히 유효한 만큼 귀가 후에도 업무복귀는 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는 별도로 영업정상화를 위한 핵심요원인 국민. 주택은행 전산요원 600여명은 농성장인 국민은행 일산연수원을 일찌감치 빠져 나와 경기도 여주군 한국노총 중앙교육원에 재집결한 상태다.

 현재로선 두 은행의 영업정상화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28일에도 상당수 영업점의 파행운영 또는 영업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도 파업장기화에 대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내년초까지 파업이 지속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은행 경영진의 설득 노력과 현재로선 직원들의 양식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 주택 합병효과 반감

 이번 파업으로 국민 주택은행은 합병효과의 감소를 감수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무엇보다 금융기관의 생명인 신용에 큰 흠집을 남겼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소매금융을 주로하는 두 은행은 지난 4영업일(휴일 제외) 동안 영업이 마비되면서 일부 자금이탈 현상까지 경험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 은행의 파업이 기정사실화된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국민은행에서 1조3700억원, 주택은행에서 620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6일 하루동안 국민은행은 9600억원, 주택은행은 4200억원이 인출되는 등 갈수록 예금인출이 늘어나고 양상이다.

 금감원은 두 은행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예금 이탈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이날 오전 열린 대책회의에서 한국은행측에 필요시 유동성 지원까지 요청해놓은 상태다.

 금융전문가들은 합병대상으로서 국민, 주택은행의 가치가 장기파업으로 크게 하락했다는 점에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조직적인 저항과 대고객 성실성에 큰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2001년 6월말을 시한으로 정해놓은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작업도 한동안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영진의 일방적인 합병발표와 파업농성 방치에 대해 직원들의 반감이 워낙 심해 내부조직을 추스리는 데만도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해졌다는 설명이다.  또 파업기간 중 방치된 업무를 재정비하는 것도 큰 숙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본격적안 합병작업이 시작되려면 직원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며 "내년초부터 합병작업이 시작되더라도 난항이 거듭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파업이 종료되더라도 본격적인 합병작업의 전제로서 노조 간부 등에 대한 인책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환은행 지주회사 편입 늦어질 듯

 이번 국민 주택은행 노조의 파업은 외환은행의 정부주도 금융지주회사 편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는 노조반발 등을 이유로 지주회사편입 결정을 미뤄오던 상황이었다. 이번 파업으로 한국계 은행 노조의저항을 확인하게 된 만큼 외환은행과 코메르츠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국민 주택은행 파업으로 외환은행의 지주회사 편입시기는 더욱 늦어질수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며 "하나 한미은행의 연내 합병선언도 물 건너간 상황에서 올해 은행 구조조정은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선언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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