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사노조가 24일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87년 노동자대투쟁 과정에서 공기업의 노동자들도 꿈틀거렸고 주요 공기업에서 노조가 건설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토지공사노조도 그중 하나다.

토지공사는 역대 정권의 국토개발정책을 실행하는 주체였다.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주택 200만호 건설부터 각종 신도시와 산업단지 건설, 그리고 최근의 개성공단과 혁신도시까지 항상 주목받는 위치에 있었다. 조직은 커졌고 영화도 누렸다. 그러나 그 때문에 잡음도 많았고 부동산 폭등 국면에서는 언론과 정치권, 국민들로부터 융단폭격을 받기도 했다. 주택공사와 끊임없이 사업영역 싸움도 벌어지고 있고, 정권교체기마다 되풀이되는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통폐합 요구가 구체적으로 향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점에서 창립 20주년을 맞은 노조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고봉환 위원장은 “국민이 원하고, 토공인이 원하고, 조합원이 원하는 가치 중심의 노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조 창립 20주년을 맞은 소감은.

“구조조정과 통폐합 등에 맞서 투쟁으로 버텨온 지난 20년이었다. 노조 설립 초반에 공기업이라는 많은 제약을 뚫고 목숨 걸고 노조활동을 했던 선배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대선이 시작되면서 당장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조합원의 생존 문제까지 걸린 예측할 수 없는 변화들이 내년에 펼쳐질 수 있다. 경영진을 압박해 여기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공기업 개혁 요구가 넘쳐나고 있다.

“조합원들은 불안하다 못해 악의적인 보도에 분통을 터뜨린다. 정권교체기마다 공기업 개혁이 주 메뉴로 등장한다. 공무원처럼 명예가 남는 것도 아니지만 공기업처럼 헌신적이고 열성적으로 일하는 곳은 없다. 공기업은 봉이 아니다. IMF 이후 30%가 구조조정됐다. 이후 청년실업이 문제가 되면서 정부가 문호개방을 종용해 대규모로 신입사원을 뽑았다. 이제 와서 이것을 방만경영이라고 무책임하게 비난한다. 공기업이 정부의 승인 없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주공과의 통합은 김대중정부 시절에 이미 현실성이 없다고 결판난 것이다. 공기업 통폐합은 국민들을 자극해 표를 얻기 위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토지공사가 땅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토공이 실제 땅을 개발해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지, 폭리를 취했다면 남은 이익은 어디에 쓰이는지 두 가지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익을 직원들이 흥청망청 쓴다면 문제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반시설 재정비, 지방주택단지 건설 등 국민을 위한 재투자 재원으로 쓰인다. 토공의 이익은 건설 참여주체들이 가져갈 것을 남겨서 국민들에게 환원한다고 보면 된다. 이 부분과 관련해 토공의 역할을 설득력 있게 홍보하도록 경영진에 촉구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추진하는 대선 정책연대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조합원 명단을 제출하긴 했지만 아직 노조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없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정책연대 대상자 결정이 조합원들의 선호투표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한국노총 상층뿐 아니라 기층 조합원들에게 정책연대의 의미와 과정을 올바르게 전달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시급히 가동돼야 한다.”

-임금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 진전이 있나.

“기획예산처가 공공기관운영법과 경영지침을 들고 배놔라 감놔라 하는 상태에서 공기업의 임금협상은 한계가 많다. 지금 시대적인 대세는 세계화, 지방화, 분권화, 투명화, 자율화인데 유독 기획예산처만 한두개의 지침으로 314개 공공기관을 틀어쥐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공기업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한 상태에서 성과에 대해서만 경영진을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물가인상률 4%에도 미치지 못하는 2%로 임금을 통제하는 것도 모자라 인력과 승진까지 통제하는 것은 관료집단이기주의이며 시대역행이다. 감당하지 못할 짐까지 지고 부득부득 오르막길을 오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꼴이 지금 기획예산처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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