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철도 기관사 10명 중 2명은 정신질환을 1개 이상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24일 서울도시철도노조에 따르면 카톨릭대병원 산업의학과가 지난 1월1일부터 9월16일까지 전체 기관사 961명 중 836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기관사들은 전 국민남성 평균에 비해 우울증 2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4배, 공황장애는 무려 7배 이상의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건강검진은 지난 2003년 적응장애를 앓던 기관사 2명이 자살하고 2004년 2월 기관사 1명이 공황장애로 산재 판정을 받는 등 도시철도 기관사들의 업무상 정신질환 문제가 대두되자 노동부가 사측에 특수건강검진(임시건강검진)을 권고한 데 따른 것.

검진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기관사들의 우울증 평생 유병률은 3%, 1년 유병률은 1.3%로 일반인에 비해 2배 가량 높았다. 카톨릭대병원 산업의학과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우울증이 있는 경우 직장생활 등 정상적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반인구집단의 유병률은 직장인보다 낮은 편”이라며 “일반 인구집단보다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는 점만으로도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또, 기관사들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1년 유병률은 0.8%로 일반인에 비해 8배나 높았으며, 공황장애 1년 유병률도 일반인보다 7배 높은 0.7%로 나타났다.

특히 사상사고를 경험한 기관사들의 정신질환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사상사고를 경험한 기관사들은 경험하지 않은 기관사에 비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걸릴확률은 13.0배, 공황장애는 2.13배, 주요우울증은 2.58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카톨릭대병원 산업의학과팀은 임시건강검진결과 최종보고서를 통해 “사고경험이 있는 기관사들의 정신과 진료경험은 그렇지 않은 기관사에 비해 2배 많았을 뿐 아니라 일반적인 건강 신체기능, 사회적 기능 등에서도 차이가 있었다”며 “이는 기관사들이 사고를 경험할 경우 정신적 건강뿐 아니라 일반적 건강수준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상사고 발생 후 정신과 상담을 받은 경우는 4.9%에 불과해 별다른 조치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상사고를 경험하지 않더라도 승객과의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거나 비상벨로 인해 정지한 경험, 사고가 날 뻔한 ‘아차사고’ 경험이 있는 기관사들의 우울증도 각각 12.3%, 11.1%, 14,0%로 나타나 경험이 없는 기관사에 비해 2~4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근 서울도시철도노조 승무본부장은 “신경·정신적 질환으로 이미 32명(사망 2명 포함)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이번 검진결과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공황장애 등으로 치료중이거나 당장 치료를 요하는 기관사가 무려 21명이나 추가 발생했다”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관사가 건강장애를 겪고 있는 까닭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기관사들의 건강 문제는 지난 2004년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적응장애 현상을 보였던 서울도시철도공사 1기 공채 출신 두명의 기관사들이 지하선로를 헤메다가 전철에 치여 사망하거나, 휴가 중 바닷가에서 투신자살하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노동계나 학계에서는 기관사들의 건강장애와 관련해 1인승무제와 관련된 규정, 노동강도 강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철도와 도시철도 등 각 기관의 운전규정상 사상사고가 날 경우 기관사들이 시신수습 등 사고수습을 하게 돼 있다. 이런 규정이 기관사들의 정신건강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 24일 건강검진 결과를 발표한 가톨릭대 병원 산업의학과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서울도시철도 기관사들의 50%가 사상사고를 경험한 뒤에도 종착역까지 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나왔던 1인승무제에 대한 철도노조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94.6%의 기관사들이 1인 승무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사상사고 수습뒤 혼자 운전해야하는 심리적 불안정"을 꼽았다.
 

때문에 철도노조와 각 지하철노조는 사상사고 뒤 기관사들이 직접 사고수습을 하게 돼 있는 각 기관의 규정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1인 승무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도 기관사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도시철도의 경우 총 영업구간이 147개역 152km, 서울메트로의 117개역 134.9km 보다 더 많다. 하지만 전체 공사 인원은 서울도시철도공사 6천여명으로 1만명에 달하는 서울메트로에 비해 60%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1인승무제를 실시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경우 노동강도는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또 전 구간이 지하도인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선의 경우 어두운 지하터널에서 장시간 운행하는 기관사들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설명이다.
 

가톨릭대 산업의학과는 도시철도기관사 질환예방을 위해 사상사고 후 진료 및 휴가 등의 의무화, 2인 승무, 사고 뒤 피의자 신분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법개정 등을 제시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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