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8일부터 CCTV 오남용을 규제하는 ‘공공기관의개인정보에관한법률’ 개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노동자 감시용으로 악용되고 있는 사업장에서의 CCTV 설치는 별다른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아 대책이 시급하다.

서울대병원 노사는 지난 15일 6일만의 파업 끝에 임단협을 체결하면서 ‘CCTV 108대 추가설치를 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서울대병원측은 이미 90여대의 CCTV를 설치하고 있으면서도 ‘도난사고와 난동사례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노조와의 사전협의 없이 108대를 추가설치하려다 갈등을 빚었다.

정부통신부 ‘개인영상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는 폐쇄회로 TV는 범죄예방및 공공의 안전 등에 위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설치·운영돼야 하며, 초상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등을 침해할 위험이 없는지 분석·검토해 최소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근로자 참여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은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설비의 설치는 노조와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사업장에서 CCTV 설치와 관련해 노조와 사전협의를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연구를 의뢰해 발표한 ‘사업장 감시시스템이 노동인권에 미치는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204명 노동자 가운데 51.3%가 사업장에서 일상적으로 감시가 일어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장에서 전자기술로 정보를 수집하는 목적에 대해 아는가’라는 질문에 51.9%가 모른다고 답했고 수집된 정보의 활용에 관해서도 74.6%가 모른다고 말해 사업장에서의 노동자 감시가 심각한 수준임을 반영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전자 감시 기술을 설치할 때나 설치한 후 노동자 개인이나 노동조합에 알리거나 협의한 회사는 극소수에 그쳐 노동자의 프라이버시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최근 공공기관 CCTV 등에 의해 수집되는 개인화상정보의 보호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에 대한 국민의 자기정보 통제권 강화를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포, 오는 11월부터 시행한다. 이는 그동안 아무런 규제가 없던 공공기관 CCTV에 대해 법적 규제가 신설한 것으로 개인정보의 범위를 현행 컴퓨터에 의해 처리되는 정보에서 CCTV에 의해 처리되는 정보(화상정보)까지 확대하며, 화상정보의 수집·이용·제공·폐기까지 개인정보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또, 무분별한 CCTV 설치를 방지하기 위해 범죄예방·교통단속 등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설치토록 하고, 설치 시 주민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절차를 의무화했다. CCTV 설치시에는 설치목적과 촬영범위 등을 담은 안내판도 설치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과도한 촬영방지와 녹음기능 사용도 금지된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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