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시선으로 포착한 '여성의 노동'이 영화로 상영된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서울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제2회 여성노동영화제'를 개최한다. 다음달 3일부터 나흘간 홍대 앞 상상마당시네마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는 국내외 여성감독들이 제작한 26편의 영화가 무료로 상영된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1일 "70년대 공순이라 불렸던 여성노동자부터 2007년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노동자까지, 긴 시대를 관통해온 그녀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보는 자리"라고 밝혔다. 그래서 영화제 제목도 '작전명 : 女 7007, 기억을 넘어 존재하라'다.

상영작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2007 이랜드'(2007·한국·김미례 감독)다. 총 150분 분량의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2007년 이랜드 여성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기록한 작품으로, 지금도 촬영이 계속되고 있다.

이 영화는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또는 오후 4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하며 월 80만원을 받는, 식사비가 아까워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새벽 4시에 김치를 담가놓고 출근, 퇴근 후에도 숙명처럼 집안일을 해내던 여성들이 노조에 가입해 파업에 나선다. 그녀들에게 파업은 대단한 결심이다. 이 영화는 여성이자 노동자로서 이중의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랜드 노동자들이 파업과정에서 겪은 가족과의 대립, 남성중심 노동운동과의 충돌 등을 잡아냈다.

김미례 감독은 "나는 나의 삶의 과정에서 함께 했던 많은 여인들의 눈물·한숨·미소, 그리고 생존의 방식들을 보았다"며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와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여성의 삶과 노동을 통제하고 억압하는지, 어떻게 여성의 삶 속에 내면화되어 있는지 드러내고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었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이밖에 영화제에서는 '구로선경오피스텔을 찾다', '시청에서 쫓겨난 그 후', '우리는 KTX승무원입니다' 등 하루아침에 일자리에서 쫓겨난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된다. 외국 작품으로는 필리핀 여성들의 이주와 노동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 <후쿠오카의 필리피나>, 터키 가사노동자들의 사연을 담은 <하우스키퍼>, 지난해 5월 방글라데시 의류노동자 투쟁을 기록한 '21세기', 전화교환원을 통해 여성의 역할을 고찰하는 '전화교환실의 유령' 등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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