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처음으로 비정규직 차별시정을 신청한 농협 경북 고령축산물공판장 노동자 중 1명에게 계약해지가 통보됐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고령축산물공판장은 '같은 도축 일을 하는 정규직과 임금차별을 시정해달라'며 7월24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한 노동자 19명 중 오는 16일자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이아무개(39)씨의 고용계약을 해지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2001년 10월부터 6년간 공판장에서 도축업무를 맡아온 이씨의 근로계약은 매년 자동 갱신돼 왔다.

공판장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6월25일 농협중앙회로부터 내려온 '경제사업장 도급확대 추진 철저' 공문에 따라 도축업무에 대한 도급업무 전환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씨 등이 용역회사로의 전적에 동의하지 않자,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를 통보하기에 이른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하달한 공문에 따르면 돼지도축, 청소 등 축산경제 업무와 캐셔, 축수산소포장, 백화점 판촉 등 농업경제 업무 등 총 7개 업무가 도급확대 업무에 포함돼 있다. 해당인원은 558명에 달한다. 농협중앙회는 공문에서 '(용역회사로의) 전적을 통한 고용승계'를 명시했다. 이와 함께 '전적 불응 시 전적기준일 현재 계약기간까지만 근로 가능하되, 업무재배치'하라고 주문했다.

실제 공판장은 소와 돼지 도축라인에서 정규직과 혼재해 똑같은 도축업무을 했던 비정규직 20명을 대상으로 용역전환을 추진, 이 중 9명이 사직하고 용역회사로 옮겼다. 사직한 9명 중 8명은 지난 7월 노동위에 냈던 차별시정 신청까지 취하했다. 공판장이 비정규직이 일하던 자리에 용역직을 쓰고 비정규직을 청소와 냉동실 보조 등으로 부서이동을 시키는 방법으로 용역전환을 강요한 결과다. '도급-부당 전직-해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현실화한 것이다.

한편 이씨와 함께 차별시정 신청을 낸 비정규 노동자들의 계약기간은 오는 11월부터 내년 5월까지 차례로 종료된다. 이에 따라 해고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고용계약이 해지될 경우, 노동위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가 인정되더라도 복직은 불가능해진다. 또 공판장이 차별시정명령을 받아들인 후 해당 비정규직과의 재계약을 거부하면, 해당 노동자가 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정세윤 민간서비스연맹 고령축산물공판장지회 지회장은 "현행 차별시정제도 하에서는 비정규 노동자가 보복성 해고를 각오하고 차별신청을 낼 수밖에 없다"며 "차별시정제도가 비정규 노동자의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용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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