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해 철도노사가 3자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키로 함에 따라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노사정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만큼 사태의 핵심인 외주화 타당성 여부가 재론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노동부 장관이 임명키로 돼있는 공익위원이 결정적 열쇠를 쥘 것으로 예상되며, 당사자인 KTX-새마을호 승무원의 최종 입장도 주요 변수다.

엄길용 철도노조 위원장과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지난달 28일 서울지방노동청에서 만나 승무원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한 끝에 노·사·공익 3자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상수 노동부 장관도 참관했다.

협의체는 노·사·공익 2인씩으로 구성되며, 공익위원 2명은 노동부 장관이 지명한다. 노사는 오는 5일까지 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며 이후 1개월 동안 운영한다. 또 협의체 구성원 전부가 합의하면 논의 기간을 1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철도노사는 협의체 논의결과를 따라야 하며, 협의체는 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다수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는 짧게는 1개월, 길게는 2개월 뒤에 어떤 식으로든 결론나게 된다. 그동안 철도노조는 승무원 직으로 직접 고용을, 공사측은 자회사 정규직 채용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6월 노사협의회 과정에서는 노조가 투쟁중인 조합원들에 한해 직접고용 제안한바 있고, 공사 쪽은 다른 직종으로의 직접 고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노사 주장은 구체적인 방식만 다를 뿐, 승무업무의 외주화 타당성 여부에 따라 갈리고 있다. 따라서 3자 협의체에서도 승무업무의 외주화 타당성 여부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노사 합의문에 따르면 협의체는 다수의견을 제출해야 하고, 협의체 결정을 따르게 돼있다. 노·사·공익 2인씩 6명으로 협의체가 구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부 장관이 추천하는 공익위원 2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오는 5일까지 이상수 장관이 추천하는 공익위원 명단이 확인될 경우, 사실상 협의체 논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사자들인 KTX-새마을호 승무원 조합원들의 최종 입장도 주요 변수다. 3자 협의체 구성 합의까지 승무원 조합원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이에 대한 반발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노동부 장관이 추천한 공익위원에 따라 승무업무 외주화를 인정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 3자 협의체 구성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승무원들은 지난달 30일 총회를 열어 협의체 구성에 대한 입장을 최정 정리했으며, 철도노조도 이 결과를 바탕으로 1일 중상집회의를 열어 공식입장을 확정한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28일 합의에 대해 대다수 승무원들이 우려와 반발을 보내고 있다"며 "본조는 승무원들 입장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TX 합의까지 급박하게 돌아간 하루
이상수-이석행 긴급회동 뒤 노사 협상 이끌어내
KTX 승무원 문제가 578일만에 합의에 이른 지난달 28일은 급박한 하루였다.
 

민주노총과 노동부에 따르면 발단은 이날 점심시간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시내 모처에서 비공개로 만나면서부터다. 이 위원장이 KTX 문제를 중심으로 노동 현안을 논의한 가운데 이 장관은 KTX 문제 해결을 위해 두 가지 제안을 했다.
 

‘선복귀 후협상’과 ‘협의체 결정에 따른다’는 게 그것. 선복귀는 일단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투어서비스의 정규직으로 들어가고, 협의체를 구성해 코레일 직고용 여부를 논의해 그 결과에 따른다는 것이었다.
 

이 장관과 이 위원장은 헤어진 뒤 이석행 위원장이 엄길용 철도노조 위원장을 따로 만나 이 장관의 제안을 전달했다. 이 때 민주노총과 철도노조의 입장은 코레일투어서비스로 선복귀를 하더라도 전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코레일측이 외주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것.
 

또한 같은 시간대에 노동부로 돌아온 이 장관은 이철 코레일 사장과 전화통화를 통해 이날의 제안에 대해 설명했다.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 요청이 이어졌다.
 

노사를 설득한 이 장관과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5시30분 서울노동청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이날 이 장관과 이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노사가 협상을 통해 합의를 시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협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노조가 요구하는 전제조건에 코레일측이 난색을 표명한 것이다. 외주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직접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협상이 난항을 겪는 주요한 이유였다. 또한 협상장 밖에서는 KTX 승무지부 조합원들이 소집돼 선복귀 제안에 대해 반발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자칫하면 지난 이랜드 협상 때처럼 또다시 협상이 깨질 판이었다.
 

오후 7시20분, 정회가 이어졌다. 노사 각자 논의할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이날 오후 8시, 다시 모인 노사는 각자 민감해하는 두 개의 안은 제외시키고 ‘협의체 구성’에만 합의한 것이다. 대신 협의체에서는 ‘외주화 타당성’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노사는 핵심을 피해 우회로를 선택했고, 노동부는 주선자로서 판이 깨지지 않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이번 협상은 추석 이 전부터 이상수 장관이 중재에 나서 이석행 위원장과 이철 사장과 꾸준히 연락을 취하며 만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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