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가 새로운 전기기관차에 한해 1인 승무제를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철도 기관사 90%는 1인 승무제 도입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사들은 1인 승무시 사상사고 발생 증가와 전방주시 장애를 가장 우려했다.

철도노조는 최근 '신형전기기관차 승무형태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펴내 이렇게 주장했다. 노조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4천290명인 철도공사 소속 전체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기관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이 가운데 53.5%인 2천290명이 응답했다.
지난 2004년 개통한 KTX는 이미 1인 승무제를 실시 중이다.

설문조사 결과 철도공사에서 1인 승무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타당하지 않다"고 응답한 기관사는 90.24%인 2천44명이었다. 반면 타당하다고 응답한 기관사는 9.76%에 불과했다.

1인승무가 타당하다고 응답한 기관사들도 공사 쪽이 1인 승무 추진 이유로 들고 있는 '신형기관차 개선'을 이유로 든 기관사들은 적은 수에 그쳤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인 승무가 타당한 이유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답한 기관사가 절반이 넘는 53.81%로 가장 많았다. 반면 공사 쪽 주장대로 "기관차가 신형전기관차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기관사는 20.48%에 머물렀다.

이런 결과에 대해 철도노조는 "철도공사가 신형전기기관차 차량이 개선됐다는 명목으로 추진하는 1인 승무에 대해 절대다수 기관사들이 동의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2차 사고 위험 높아"

기관사들은 1인 승무가 실시될 경우 사상사고 발생 증가를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승무가 시행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중복응답을 허용해 조사한 결과 "사상사고 수습후 혼자서 운전해야 하므로 심리적 불안정으로 2차 사고 위험이 높다"는 답변이 94.6%로 가장 높게 나왔다.

또 "1인 승무로 인해 전도주시(전방주시) 미비 등으로 사고 발생 증가 우려"가 87.5%로 뒤를 이었고 "사고에 대한 대응의 신속성, 적절성 저하"도 80%로 나타나는 등 '사고'에 대한 우려를 가장 많이 나타냈다.

부기관사 역할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도 1인 승무시 발생하는 기관사들의 우려를 반영했다.

부기관사의 역할에 대한 응답빈도(중복 응답 허용)는 전도주시(2천167명), 사상사고 처리(2천62명), 고장사고 처리(2천3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반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부기관사는 없어도 상관없다"고 응답한 빈도는 118명에 불과했다.


"노동조건 보장 등 선행돼야"

기관사들은 현재의 제반 조건도 1인 승무제 실시를 위해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1인 승무가 가능한 수준을 10점으로 했을 때 5점을 넘는 제반 조건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왔다. 여러 조건 가운데 신호시스템이 4.28점으로 가장 높게 나왔으며 건널목의 입체화가 3.92점, 전도주시가 3.73점으로 나왔다. 반면 철도공사의 사고처리규정은 3.06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철도노조는 이런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동력차의 개선만으로 1인승무가 가능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노조는 △노동시간 단축과 휴게시간 확대 등의 적당한 노동조건 보장 △사상사고 발생시 기관사가 직접 사고를 처리하도록 규정한 관련 법개정 개선 차량 고장시 분명한 책임 소재 구분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철도공사는 지난 상반기 새로 도입된 신형전기기관차에 대해 1인 승무제도를 실시하려 했지만, 노조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일단 중단됐다. 노사는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9월내로 연구를 마무리 한 뒤 노사협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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