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학섬유연맹이 13일 연맹해산과 지도부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산별전환을 위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었지만, 1호 안건으로 제기된 ‘연맹 해산 결의’ 안건은 1표 차이로 부결됐다.

화섬연맹은 이날 오후 칠곡군 석적읍 한국합섬2공장 회의실에서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연맹 해산결의와 제조산별 건설을 위한 하반기 집중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재적 대의원 245명 중 192명이 참석했다. 연맹 규약에 따라 조직의 합병·분할·해산을 논의하는 대의원대회는 재적인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석해야 하며,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해당 안건이 의결된다.

이날 대회에서는 “연맹해산을 계기로 제조산별 건설에 박차를 가하자”는 의견과 “산별노조 건설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연맹은 대회에 앞서 7~8월 지역 순회 간담회를 벌이며 단위노조 대표자들에게 ‘산별 사업에 주력해달라’고 호소했다.

연맹은 지난 6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서도 “연맹 해산 건이 부결되면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처장이 동반 사퇴한다”고 결정하는 배수진을 쳤다. 산별전환에 또 다시 제동이 걸리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금속노조와의 제조산별 건설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표 결과 연맹해산 안건은 찬성률 66.14%로 부결됐다. 192명의 대의원 중 127명이 찬성, 64명 반대, 무효 1표로 집계됐다. 의결정족수인 3분의 2에 단 1표가 모자랐다. 투표결과에 따라 연맹 지도부는 사퇴했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비대위원장에는 이영섭 정식품노조 위원장이 추대됐다. 비대위는 조만간 중앙위를 열어, 이날 대회에 기타안건으로 제안된 ‘장기투쟁 사업장 관련 금속노조·화섬노조 공동투쟁 건’에 대해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화섬연맹은 '오는 10월 제조산별 건설 방침'을 결의한 화학섬유노조와 이원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화섬노조는 내년 상반기 제조산별 건설을 목표로, 최근 금속노조에 통합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편 대회결과에 대해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가 산별노조 건설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화학·섬유 업종이 사양화에 접어들면서 업체가 부도나고, 직원들이 정리해고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기업별노조 체제로는 산업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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