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5일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후속대책위원회에서 ‘비정규직입법 시행 이후 노사정의 대응방향’이란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 비정규직 “결함있는 정규직 대체형”
은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문제가 제기된 배경을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장기적이고 격렬한 노동쟁의가 전개, 97년 이후 비정규직의 증가와 임금·근로조건 격차 확대, 이중적 노동시장 강화와 사회갈등 조장 및 사회비용 확대 가능성 등이라고 짚었다.<표1 참조>
그는 “97년 이전까지는 기업규모별 격차가 중요한 문제였으나 97년 이후 고용형태별 격차가 결합됐다”며 “기업규모별-고용형태별 격차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며 비정규직문제 제기의 배경을 설명했다.
은 연구위원은 현재 비정규직 문제에서 차별이냐 차이냐의 논쟁을 떠나 “비정규직을 포함해서 근로빈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노동자가 25.1%, 비정규직의 43.2%가 월평균 임금이 100만원(중위값 2/3) 미만에 머물고 있다. 이같은 저임금노동자의 71.1%가 모두 사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기도 하다.<표2 참조>
비정규노동의 특징을 ‘정규직 대체형’이 지배적이라고 보았다. 그는 “한국의 비정규노동은 정규직 보완형인 유럽과 달리 정규직 대체형”이라며 “이는 다양한 고용형태이기 보다는 ‘결함 있는 고용형태’일 가능성이 높고 평등한 시민이기보다 열등한 시민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즉 유럽의 정규직 보완형은 파트타임 노동이 비정규직의 대부분이고 시간당 임금이나 근로조건, 사회보험 가입에서 차이가 없으며 무엇보다 내부에서 정규직 전환체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접고용, 공공부문 및 비제조업까지 확장
‘정규직 대체형’ 불안정 고용의 확산을 반영하는 것이 간접고용(사내하도급)이란 고용형태라는 지적이다. 사내하도급은 60년대부터 조선업에서 활용되다가 80년대 중반 이후 철강, 전자, 자도차 등 제조업 중심으로 확산돼오다가 97년 이후 공공부문, 소프트웨어 등 IT산업, 유통·서비스업 비제조업까지 확산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즉 기존의 사내하도급은 제조업의 ‘사내하청’(좁은 의미의 사내하도급)에 한정됐다면 현재는 롯데호텔, 이랜드와 같이 룸메이드, 계산원, IT 전문직종 등까지 확장되고 있다.
은 연구위원은 “7월1일 비정규직법 시행을 전후해 사내하도급 이용 추세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는데 최근 이랜드 사태가 일종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며 “이랜드는 핵심업무로 분류되는 계산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해 비정규직법을 회피하기 위해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가장 부정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같이 기업들이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이유로 그는 “인건비 절감이 주요 목적이며 고용조정 및 여타 원인들이 결합돼 있다”고 분명히 지적했다. 그러나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다 보니, 사내하도급 노동자는 기간제나 파견에 비해 임금 및 근로조건이 떨어지고 고용불안정이 높아지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사내하도급의 무분별한 활용은 △차별시정과 비정규직 남용방지라는 비정규직입법 취지 왜곡 △영세사업체 확산 및 대-중소기업간 격차 확대 통해 사회양극화 심화 △규제요구를 증폭시키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간접고용(사내하도급)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간접고용 차별시정대상 적용 등 대책 필요”
은 연구위원은 “비정규직과 근로빈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값싼 저임금노동력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며 “기업규모별, 고용형태별 격차는 이중적 노동시장을 강화시켜 경제의 악순환 구조를 재생산하며 노동쟁의 및 사회갈등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에 따라 우선 중장기적 고용전략이 모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결함있는 고용형태’에서 ‘다양한 고용형태’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이를 위한 노동시장, 노동법, 노사관계, 산업정책 전반을 재검토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한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 노동패널, 사업체패널 등으로는 비정규직실태가 충분히 조사되지 않고, 특히 간접고용 실태까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실태조사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간접고용, 특히 사내하도급에 대한 대응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외국의 적용례와 효과를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외주화를 노사간 단체교섭이나 중층적 사회적 합의, 간접고용에 대한 직접적 규제,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규제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도 △차별시정 대상과 범위를 간접고용까지 확대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로 간접고용 규율 △노사간 단체교섭 혹은 기업수준에서 협의, 중층적 사회적 교섭을 통해 사내하도급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00인 미만 기업 및 비정규직 지원해야”
이밖에 대기업이 외주화를 채택할 때 그 부담은 중소기업이 지게 되고, 중소기업은 정규직화 여력이 취약하므로 대기업이 모범을 보여야 하며, 공공부문에서의 외주화를 최소화하는 모범적 사례를 개발해 확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은 연구위원은 “파견의 확대가 도급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기존 정규직의 파견으로의 전환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부분적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100인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비정규직 및 사회적 취약계층의 임금 및 소득보전을 위해 사회보험 면세혜택 등 사회보험을 통한 소득안정 및 이들을 적극적 노동시장 대책의 대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기본방침이어야 한다”며 “또한 단기적(한시적)으로 100인 미만 사업장에는 인센티브 역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정규직 노사관계 안정화 대책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비정규직노조 혹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업종별, 산별노조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비정규직(관련) 노사분규 가능성을 확인하고 조기경보시스템을 확립하거나 사전적인 행정지도나 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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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2007년 9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