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파업이 5일째를 넘어서면서 장기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전국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는 27일 화성공장 정문 앞에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회사측의 교섭참가를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27일 오전 사내하청업체들이 '농성해제 즉시 아무런 조건 없는 노사협의를 실시한다'는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거부했다"며 "기아차의 교섭참가 등 요구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도장라인 점거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기아차는 비정규직지회의 도장라인 점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조립3라인과 엔진공장을 이날부터 가동했다. 비정규직지회의 도장라인 점거와 기아차의 화성공장의 부분가동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신경전이 지속될 전망이다.

◇기아차(원청) 교섭거부가 원인=비정규직지회는 이번 파업에서 기아차의 교섭참가와 하청업체들과의 집단교섭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비정규직지회가 요구한 11차례의 교섭은 기아차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명노 지회 총무부장은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기아차가 원하청 교섭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참가해 왔다"며 "원청의 직접교섭 참여와 하청업체 집단교섭 요구는 특별하거나 새로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005년 20여개 하청업체와 집단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교섭에 참가해 고용관련 합의서를 작성했고, 올해 초에는 일부 공정의 외주화 문제를 놓고 간접적으로 교섭석상에 앉기도 했다.

◇강경해진 기아차=그러나 기아차는 이번 파업을 전후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아차는 비정규직지회와 직접 고용관계가 없는만큼 교섭의무가 없다는 원론적인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기아차는 도장2부의 점거에 영향받지 않는 조립3라인(오피러스)과 엔진공장을 27일부터 정상 가동했다. 또 이날 오전에는 화성공장 정문을 봉쇄했다. 비정규직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규직들의 파업으로 많은 타격을 입은 기아차가 하청문제만큼은 밀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아차지부는 '중립'=기아차가 강경입장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정규직이 가입하고 있는 기아차지부의 입장이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아차지부는 이번 파업과정에서 사실상 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두 조직 사이에는 금속노조의 원칙인 '1사1조직'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사1조직이란 하나의 사업장에 고용형태를 떠나 하나의 노동조합 조직을 만든다는 것이다.

두 조직은 방식에서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기아차지부는 하청노동자들이 직가입을 통해 비정규직 조직을 기아차지부로 통합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비정규직지회는 비정규직을 대변할 수 있는 조직통합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500여명이 기아차지부에 직가입원서를 제출, 두 조직 사이에 긴장관계가 형성돼 있다. 노동계 내부에서 "두 조직이 소속된 금속노조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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