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노사협상 타결은 정부의 구조조정과 민영화 정책에 대한 저항이란 측면에서 "이기지도, 지지도 않은 투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노조는 합의내용이 전면적으로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정부의 강경책과 사회적 무관심이라는 악조건 하에서도 아래로부터의 조합원들의 요구에 의해 5일간의 파업을 이끌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4박5일 파업 평가 = 일단 지난 4박5일간의 파업과 이번 합의안에 대해 참가 조합원들의 의견은 모두 일치하지 않는다. 서울본부의 하아무개(35) 조합원은 "합의서 곳곳에 정부의 비수가 숨겨져 있다"며 "결국 분사화와 관련 중단은 물론 유보도 안된다고 하는 것은 결국 분사·분할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냉정히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 4박5일의 파업투쟁의 경험에 대해 "분명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참가 조합원의 공통적인 평가다. 조합원 힘든 과정속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얻었고, 이는 우선 잘못된 구조조정에 대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노동자의 강력한 저항이 부닥칠 수 있다는 선례와 함께 민영화 투쟁의 불씨를 분명히 되살렸다는 분석이다.

▲노조의 향후 계획 = 노조는 내년 당장 몰아닥칠 구조조정을 한풀 꺾어놓았다는 평가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유예'라는 측면에서 불안한 상태다. 한국통신은 지난달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이어, 2002년 6월까지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결국 정부의 분사·분할정책이 끝나지 않았고, 올해보다 더한 강도의 구조조정이 닥칠 수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투쟁은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파업투쟁은 그동안 존재해왔던 노조내부의 갈등을 다소간 해소했다는 유의미한 평가도 받고 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 서로간 머리를 맞대고 대응하면서 자연스레 입장차를 좁힐 수 있었으며, 향후 민영화 투쟁에서도 공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주변의 평이다.

반면 계약직 문제는 한국통신노조가 최대한 풀어내야 할 과제로 확인됐다. 정규직과 계약직이 모두 구조조정의 희생자이고 비슷한 시기 파업을 전개했음에도 연대투쟁을 끝내 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향후 민영화가 추진될 때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의 전환이 다수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양자간 연대는 적극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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