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산업노조가 11시간의 마라톤 노·정협상 끝에 22일일부 쟁점에 대해 합의를 도출했으나 대형 은행인 국민과 주택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해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금융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정부가 노·정협상에서 금융지주회사편입은행에 대해 2002년 6월까지 독자경영을 보장했고 인력감축과 기능재편등 핵심쟁점을 모두 노사합의사항으로 묶어 버려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금융구조조정 협상이 앞으로 더 큰 난관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은행 경영진이 신속한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장치를 마련해줬다는 지적이다. ◆합의 이끌어낸 한밤 노·정협상〓정부와 금융산업노조는 21일오후 3시부터 4일 새벽 2시까지 11시간에 걸쳐 공개 또는 비공개회의를 통해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되는 은행처리와 국민주택은행의 합병문제에 대해 부분합의를 이끌어 냈다.

금융노조측은 내년 1월 한빛은행중심의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되는 평화광주은행 등 부실은행에 대해 2002년말까지 은행의 독립성을 유지, 경영정상화의 기회를 달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노조의 주장을 일부 수용, 결국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되는 은행들의 기능재편 일정을 2002년 6월까지 늦추기로 했다.

이들 은행에 조건부 회생기회를 당초 계획보다 8개월 연장해 준 셈이다. 정부는 당초 이들 부실은행의 기능재편을 내년 10월까지 마무리짓고 단일은행으로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이들 부실은행의 간판과 인력, 조직은 기능이 재편될 때까지 유지된다.

◆주택·국민은행 노·사협상은 험난〓이날 노·정협상에서 우량은행합병은 노·사간의 자율적인 협의에 맡기기로 결정이 났다. 금융노조는 그동안 정부가 연말 금융구조조정 완수라는 일정에 쫓겨 주택과 국민은행장에게 압력을 행사, 사실상 강제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번 노·정합의는 정부가 더이상 우량은행의 합병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김정태 주택은행장과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두 은행을 합병할 경우 노조와 번거로운 협의절차를 거쳐야 하는 셈이어서 구조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업 장기화할까〓이용득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국민주택은행간 합병을 무효화하지 않는한 무기한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과 주택은행장은 대주주가 찬성하는 두
은행간 합병은 대세라며 노조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도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에 대해 전원 사법처리하는 등 강경대응할 방침이어서 자칫 금융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정면충돌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주택과 국민은행 노조도 이번 협상이 쉽사리 타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양측간의 극적인 타결을 이끌어낼 가능성은 희박해 걱정이라며 이번 주말이 파업의 최대고비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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