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의 비정규해법을 실질적으로 협상하는 산별 현장교섭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위한 비용을 산별교섭에서 합의했음에도 이를 현실적으로 적용하는데 있어 노사 간 시각 차이로 진통을 겪고 있다.

산별교섭이 타결된 이후 3주가 흐른 26일 현재 산별교섭에 참가하고 있는 100여개 병원 가운데 지부교섭을 타결한 병원사업장은 제일병원, 조선대병원, 광주기독병원, 김천의료원, 소화아동병원 등 일부에 그치고 있어 교섭진도율이 10%를 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지부교섭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비용을 산별교섭에서 합의했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데 있어 정규직 대상자 선정, 처우개선 수준 등에 대한 노사 간 시각 차이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례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경우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기로 합의했으나 상시업무와 한시업무를 구분하는 기준을 놓고 막판 진통을 앓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기획실장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병원 측이 인력 현황과 인건비 지출현황 등 인사‧경영의 세부적인 자료를 공개해야 하지만 일부 사측은 이마저도 부담스러워하며 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당초 21일까지로 예정했던 집중교섭 기간을 오는 31일까지 연장하고, 산별 중앙교섭의 연장선에서 본조와 지역본부가 대각선 교섭을 통해 직접 개입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산별교섭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합의정신을 무시하고 합의 자체를 파기하려는 일부병원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건의료노조는 비정규직 규모와 차별 정도가 가장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고려대의료원 등 일부 병원에 대해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집중 타격투쟁’의 대상으로 삼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규모가 드러나는 시점은 지부교섭이 1차적으로 마무리되는 8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노조는 8월 초까지도 협상이 지지부진한 일부 사업장에서는 별도의 쟁의조정신청 등을 접수하고 실질적으로 사측을 압박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산별교섭에서 타결하지 못한 보훈병원은 지난 24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며,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25일 홍명옥 위원장과 한완상 총재 간의 면담을 계기로 실무교섭이 재개됨에 따라 협상국면이 다시 열리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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