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운수노조가 광양항에서 일하는 항만노동자들을 잇따라 조직하고 있는데요. 신규 조직인만큼 노조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007 첩보작전을 방불케 한답니다.

- 지난 23일 설립된 허치슨광양지회의 경우 불과 몇일 전인 16일 4명이 갑작스레 만든 '페이퍼' 기업별노조와 복수노조 논쟁이 일뻔 했는데요. 지회를 설립한 노동자들은 오히려 앞서 기업별노조를 만든 4명을 설득해 산별노조에 가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답니다.

- 이 때문에 조합원들은 한꺼번에 기업별노조에 가입한 뒤 곧이어서 다른 회사 노조 사무실에서 기업별노조 해산 총회를 열고, 재빠르게 또 다른 장소로 옮겨 산별노조 지회 설립결의와 설립신청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은 22일 밤부터 23일 오전8시 사이에 이뤄진 일이라고 합니다.

- 역시 노조를 하나 만든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군요.

한국노총 전산화 역사(歷史)

- 한국노총의 아무개씨는 94년에 입사해 전산실을 혼자 담당하다 동영상 카메라 촬영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지금은 홍보선전본부에 배속됐습니다. 그런 만큼 한국노총의 전산화 역사를 한 줄에 꿰고 있더군요.

- 95년 PC통신 시대에 나우누리와 천리안에 한국노총 전용방을 개설했고, 이어 96년 총파업 때 홈페이지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97년에는 1인 1PC 시대가 열렸고, 전용선이 깔리게 되면서 본격적인 인터넷 업무환경을 갖게 됐습니다. 홈페이지 내 한소리방송국이 2004년 첫 선을 보이고 이에 따라 동영상 촬영과 편집, 업데이트가 이 사람의 주 업무로 바뀌게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한소리 방송이 오픈한 2004년 11월 1일은 아무개씨가 입사한지 딱 10년째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여하간 한국노총 전산화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는데요.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면.

- 어떤 간부가 집에 있는 컴퓨터가 고장 났다고 수리를 부탁해 왔습니다. 그래서 아무개씨가 컴퓨터를 회사로 갖고 오라고 했답니다. 그 간부가 땀을 뻘뻘 흘리며 갖고 온 것은 CRT 모니터. 아무개씨는 너무나 안타까운 심정에 "참 고생하셨는데요. 컴퓨터는 TV랑은 좀 다르거든요."

- 어떤 간부는 시디롬을 볼 일이 있어서 컴퓨터를 잡고 한참 씨름을 하다가 부랴부랴 아무개씨를 불렀습니다.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집어넣는 곳에 시디가 꽂혀져서 아무리 용을 써도 안 빠지고 있었습니다. 이 당시 컴퓨터 관련 A/S로 아무개씨를 찾은 사건의 대부분은 전원 상의 문제였습니다. "컴퓨터가 문제 있어"라는 호출에 아무개씨가 가보면 멀티탭의 전원이 꺼져서 발생했던 문제들이라고 하더군요. 하여튼 그런 과정을 거치며 컴퓨터를 잘 몰랐던 올드 세대도 컴퓨터에 능숙해졌고, 한국노총의 전산화 역사는 비로소 정사(正史)에 기록되게 됩니다.

신길운수 박씨의 이유있는 싸움

- 산재보험법의 허점을 온 몸으로 드러냈던 신길운수 박한용 씨의 복직싸움이 1천일을 맞았습니다. 박씨는 지난 2003년 요금통을 들다 허리를 삐끗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1년 2개월간 요양을 다녀왔다가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했습니다.

- 요양 중이거나 요양후 30일간은 해고를 못하도록 한 현행법을 악용해 회사는 45일만에 해고를 했답니다. 그게 2004년입니다. 3년 동안 그는 힘겹게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 이유요? 그는 최근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 "회사가 던져주는 금전 보상을 받고 해고를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나타날 수많은 산재 노동자에게 선례가 될 게 분명합니다. 절대 그런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되죠."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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