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명에 한명 꼴이라는 간질성 폐렴으로 앓아 누운지 벌써 며칠째/ 병상에 누운 녀석의 가녀린 호흡소리와 신음은 귓가에 울리는데/ 못난 아비는 오늘도 여전히 휴가도 내지 못한 채 가슴을 옥죄며 뚫어질 듯 모니터를 응시한다/ 가혹한 노동의 현실은 신음하는 내 아이의 아픔마저도 참아내도록 강요하고 슬픔마저도 이젠 자유롭지 못하다….(후략)"
 

금융인 문화제 시부문에 입선한 김명석 농협중앙회지부 조합원의 '퇴근길' 중 일부다. 금융노조는 23일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제12회 금융인 문화제'를 개최하고 사진·미술·문학부문에 입선한 조합원들을 시상했다.

비록 대상에 선정되진 않았지만 김명석 조합원의 '퇴근길'은 노동현실과 가정상황을 교차시켜 아버지의 고뇌를 담담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조합원은 "우리금융정보시스템지부 계정공통팀 조아무개 대리의 생후 15개월 된 주연이가 간질성 폐렴이라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상황을 아빠 입장에서 시로 표현했다"며 "비록 주연이는 하늘나라의 어린 천사가 되어 버렸지만 주연이가 이 시를 보고 아빠에게 힘을 줬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문화제 출품작 심사에 참여했던 도정환(시인)씨는 "응모 작품을 읽는 동안 금융인들 중 시를 창작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입선한 작품들 중에는 화자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소설가 김성동 씨는 "이번 응모작을 보고 놀란 것은 산문에 한결같이 노동자의 현장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노동자들이 지나치게 상업 자본에 포위됐거나 잘못된 문학교육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미술부문 대상은 '희생'이란 사진작품을 출품한 문신비 신한지부 조합원이 수상했으며, 소병수 KB국민지부 조합원은 '수산친구'라는 작품으로 시·문학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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