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노조 안팎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은행장이 있다. 바로 김종열 하나은행장이다. 현재 16차 교섭까지 진행되고 있는 금융노사 산별중앙교섭 과정에서도 그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가 들리고,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다. 좋은 얘기는 아니다. 김 행장이 노사관계에 관한 한 '막가파식' 은행장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금융권 산별중앙교섭장에선 '파행의 주범'으로 손꼽힌다. 지난 12일 금융노사 산별중앙교섭에서 금융노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김 행장은 막판까지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과거 노사관계에 관한 한 하영구 씨티은행장의 악평이 많았는데 요즘엔 그 자리를 김종열 행장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 행장은 김 행장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주변에서는 김 행장의 노사관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노조를 비롯해 노동부나 은행연합회 등 관련 기관에서도 김 행장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김 행장은 산별중앙교섭 자리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일종의 침묵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지부 노사관계가 순탄할리 없다. 김 행장은 19일 열린 노사협의회에 불참했다. 박재호 하나은행 인사담당 상무는 "행장이 중요한 인사를 면담하는 것으로 안다. 노사협의회 안건을 보고하고 위임을 받았다"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지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지부 관계자는 "은행측에서 노조에 공문으로 노사협의회를 제안해 19일로 정한 것"이라며 "노사협의회 안건인 비정규직 문제, 승진·직렬문제, 시간외근로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이냐"라고 반문했다. 노조에 설명이나 양해 없이 전날 행장의 노사협의회 불참통보를 받은 지부는 행장이 참석할 때까지 부행장들이 모두 기다릴 것을 요구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노사협의회는 오후 5시30분까지 부행장과 지부 간부들이 모여 앉아 행장을 기다리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김 행장은 이날 노사협의회에 끝내 불참했다. 결국 부행장들이 지부 간부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고, 이달 중으로 다시 노사협의회를 열기로 했다. 한 사람의 튀는 행보가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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