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랜드 점거농성 해산을 위한 공권력 투입을 시사한 것은 정부로서는 상당한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3일 비정규직법 조기안착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의 잉크로 마르기 전에 정부 스스로 “비정규직법이 못났다”고 시인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궁리하기에 앞서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왜 자신이 그토록 일하고 싶어 하는 홈에버와 뉴코아 매장을 점거했는지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원인은 비정규직법 시행을 빌미로 계약직을 자르고 외주화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계는 물론 정부도 학계도 가장 우려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수 장관은 이랜드의 행태에 대해 ‘편법’이라고 몰아붙여왔다. 아무리 불법이 아니라지만 편법으로 법을 악용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이랜드가 너무 성급했다는 표현도 자주 썼다.

이상수 장관은 공권력 투입의 근거로 사측이 전향적 양보를 했는데도 노측이 양보하지 않는다는데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원인부터 따져봐야 한다. 사측의 양보란 게 농성해제를 전제로 외주화 1년 유예(뉴코아)와 18개월 이상 고용보장(홈에버)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입장에서는 우선 무기를 버리라는 요구에 걸맞는 협상안을 바라고 있다. 외주화 1년 유예는 정부가 그토록 ‘편법’이라고 주장해온 외주화를 인정하는 꼴밖에 안 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18개월 이상 고용보장도 이미 단협에 명시된 것으로 생색에 다름 아니다. 그러면서 회사측은 2~3%의 임금삭감과 내년 교섭까지 위임하라고 요구하고 손해배상청구와 고소·고발 철회도 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것이 양보의 자세일까?

물론 노조의 양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너무도 완고했던 이랜드 사측이 저 정도 안을 내놨으면 양보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비록 맘에 안 들어도 무조건 거부하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얻어내야 하지 않냐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이랜드 사측을 믿지 못하겠다면 정부를 물고 늘어져 ‘증인’으로 삼아 타결을 지어야 한다는 것. 자칫 공권력 투입 뒤 이랜드 사측이 그나마 약속한 것도 다 무위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직 협상이 제대로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할 만큼 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공권력까지 투입할 마음을 먹었다면 제대로 교섭을 붙이는 게 우선일 것이다. 과거엔 더 어렵고 복잡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노사갈등 상황에서 정부는 곧잘 중재를 서서 타결을 시키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안 된다는 이유는 뭔가.

하지만 이랜드 사태가 공권력 투입이란 방식으로 끝나면 비정규직법은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랜드를 지켜보던 기업들이 이랜드 방식을 답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노사정을 모아 간신히 비정규직법 개정 목소리에 제동을 걸었지만 공권력 투입은 스스로의 합의를 부정하고 비정규직법의 발목을 스스로 잡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랜드가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0개월 계약, 계약해지, 용역전환을 할 때 제때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정부도 같이 져야 할 것이다. 편법을 취하는데도 정부가 그 편법을 인정하게 되면 누구도 비정규직법을 믿고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온전히 정부가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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