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사태로 인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민주노총과 나머지 노사정의 엇갈리는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에서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논란에도 두 가지 흐름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노사정 대표들이 13일 급하게 만나 ‘비정규직보호법 안착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도출한 데는 이랜드처럼 비정규직법을 악용하고 비정규직법 개정 요구까지 이어지면서 사회적 혼란 확대와 비정규직법이 사문화될 것을 우려하는 정부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노사 역시 법 개정 논의가 서로에게 그다지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측면도 있다.

이랜드 사태를 빌미로 재계에서는 기간제한 3~5년 연장, 파견허용업무 전면확대, 차별시정제도 폐지 등의 요구가 쏟아진 반면 민주노총은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 △사용사유 제한 △노동자 범위 확대 △원청 사용자성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국회청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날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일부 사업장에서 법 취지에 맞지 않게 비정규직법을 악용해서 사회적 물의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고 법 취지에 맞게 좋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의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수영 경총 회장도 “비정규직법은 노사가 95% 가량 공감해서 만들어냈는데 시행하면서 일부 사용자는 성급하게, 일부 노동계는 지나치게 반응한다”며 “이것이 노사 모두를 불안정하게 몰고 있어 원래의 법 정신에 맞게 힘쓰자는 취지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랜드의 편법조치에 비판의 목소리를 거두지 않았다. 그는 “비정규직법의 요체는 상시·지속적 업무만큼은 비정규직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인데 이랜드는 입법취지를 몰각하고 편법을 사용했다”며 “이랜드 같은 자세가 다른 기업에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오늘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반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번 노사정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이랜드 사태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노사가 교섭을 통해 풀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한편 사용사유 제한 등 법개정을 통한 비정규직 보호를 촉구했다.

하지만 두 흐름에도 공통점은 있다. 법 개정에 앞서 시행하자마자 당장 눈앞에서 터지는 비정규직 대량해고와 외주전환에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것도 공통점이지만 이랜드 노사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마땅한 해법을 못 찾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법 시행 초기 정부의 자세가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더 이상 양비론으로 어정쩡하게 서 있기보다 이랜드 등의 편법 행태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수반되는 동시에 법 취지대로 안착될 수 있도록 시급히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용득 위원장은 “제2, 3의 이랜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집단적 계약해지 등에 대해 행정지도가 있어야 하며, 정규직 전환하려는 중소기업에는 세제감면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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