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비정규직법 조기안착을 위한 노사정 합의는 이랜드 사태로 촉발된 비정규직법 재개정 요구를 잠재우기 위한 ‘긴급처방’이었는데요. 하지만 결국 이랜드 사태의 향방에 따라 노사정 합의의 실효성도 달린 만큼 이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 그런 면도 있겠군요. 노사정 합의가 도출되기까지 사실 적잖은 진통이 있었어요. 노동부가 12일 긴급하게 노사에 의사를 타진하고 이날 저녁부터 노사정간 줄다리기가 이어졌는데 합의 문구를 작성하는데 아주 첨예했다고 하는군요. 결국 13일 오전까지 이어진 줄다리기 끝에 합의문이 발표됐는데요.

- 이런 어려움 끝에 나온 합의문이지만 결국 이랜드 사태가 좌우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랜드 사태가 노사간 대화로 잘 마무리 된다면 노사정 합의문이 빛을 발할 테지만 그렇지 않고 공권력 투입 등 극단적 사태로 이어진다면 결국 노사정 합의문은 휴지조각이 될 공산이 큽니다.

- 아무래도 그렇겠죠. 이랜드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끝난다면 비정규직법 재개정 요구를 막을 명분도 약해지는 것이겠지요. 결국 노사정 합의가 이랜드란 시험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랜드 사태 해결을 위한 이들의 적극적 노력도 수반돼야 할 듯 보입니다.


또 "빨갱이"

-지난 16일 250여명의 홈에버와 뉴코아 입점 상인들이 민주노총을 찾아와 이랜드 매점 점거투쟁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였는데요.

-이 자리에서 일부 상인들은 대화를 요구하면서 민주노총 간부들과의 충돌을 자제하려는 모습도 보였지만, 일부 상인들은 "민주노총은 빨갱이다. 한총련도 이랜드 파업에 관여하고 있다. 민주노총, 한총련(학생운동 단체)은 전부 빨갱이 공산당"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흥분한 일부 민주노총 간부들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 지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일부 민주노총 간부들은 상인들과 '비정규직과 상인 생존권'에 대해 차분한 목소리로 토론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비정규직이 됐든, 상인이 됐든 생존권 문제는 워낙 중요한 문제라 참 난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또 다시 색깔론이 고개를 든다면 상인들의 생존권 투쟁 역시 색안경을 끼고 볼수 밖에 없겠지요.


날선 양대노총 공방, 냉각기 거칠 듯

- 비정규법에 대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날선 성명 공방을 벌이고 있고요. 지난 양대노총 위원장의 100분 토론에서 비정규직법 '야합' 논란을 두고 한차례 공방을 주고받은 것 또한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감정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입니다.

- 비정규직법에 대한 노동계의 공동대응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됩니다. '누가' 통과시켰냐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고, 그때 '무엇을' 했느냐는 '알리바이'를 묻는 것으로 경도돼 버리니 해법이 당장 떠오르지 않는 겁니다.

- 민주노총의 '야합' 공격에 대해 한국노총의 '철부지' 응수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법에 대해서도 '전면 재개정'이냐 '현행법 보완'이냐로 현격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법을 보는 관점에 대한 재조정이 없으면 간극을 극복하기가 기본적으로 어렵습니다.

- 다행히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감정대응을 자제하고, 성명 공방으로 노동계의 분란을 자초하지 말자고 생각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서로가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여튼 비정규직법에 대한 공동대응은 어렵다 치더라도 이랜드와 연세의료원 파업 등 현장 개입력을 높여가면서 비정규법의 맹점을 악용하는 악덕사용자에 대한 투쟁을 강화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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