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6일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과 보건의료산업사용자협의회(이하 보건사용자협의회)가 2007년 보건의료 산별중앙협약을 체결하였다. 그동안 보건의료산업 및 금융, 금속산업에서 진행된 산별교섭은 “기업별 교섭시스템이 지배적인 한국사회에서 산별교섭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일종의 시험대였는데 적어도 보건의료 산업에서는 첫 번째 관문에 대한 대답이 긍정적으로 나왔다.

산별교섭 구조, 이제 자리 잡았다

첫째, 교섭비용의 측면에서 기업측의 우려와 달리 교섭비용 절감효과가 상당히 뚜렷하다. 우선 산별교섭기간이 2004년 3개월 5일, 2005년 3개월 10일, 2006년 3개월 22일 등으로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기까지 하였으나 2007년 2개월 14일로 단축되었다. 교섭구조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교섭기간은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산별파업일수도 2004년 13일 전체파업, 2005년 3일 전체파업, 2006년 1일 전체파업으로 점차 줄어들다가 2007년 사실상 산별파업을 하지 않고 산별협약이 타결되었고 이것은 근로손실일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특히 2007년에는 중노위가 사실상 합법파업을 허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자율협상의지를 보였으며 지부교섭의 경우도 산별협약 타결과 더불어 빠르게 매듭지어지는 것이 관행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둘째, 교섭구조의 안정화 추세가 나타난다. 2006년 산별협약에서 사용자단체 구성 합의 이후 2007년 5월 8일 사용자단체가 실질적으로 구성되었다. 물론 공동대표 3인 중 사립대 몫인 1인이 선출되지 않아 6월 9일 쟁의조정신청에까지 이르렀으나 6월 22일 1차 중노위 본조정 과정에서 사립대측 대표가 확정되어 사실상 사용자단체 구성이 매듭지어졌다. 또한 교섭대표단 구성문제에서 중요한 쟁점인 노무사 참여는 노무사의 실무교섭 참여를 노사가 합의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더불어 산별교섭에의 참여율이 대상 사업장 대비 2004년 81.9%, 2005년 66.9%, 2006년 85.8%, 2007년 81%로 2005년을 제외하면 80% 이상을 유지하는 것 역시 교섭구조의 안정화를 반영한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지부교섭과 산별교섭의 관계 문제는 2006년 임금합의 과정에서 최저협약이 아닌 포괄협약 방식이 합의된 이후 관행적으로 해결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산별수준에서 임금 및 주요 근로조건을 합의하고 지부교섭에서는 기타 사항 혹은 산별협약에서 다룰 수 없는 지부별 협약사항을 논의 하는 방식이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산별교섭 가능성 연 새로운 ‘사건’

하지만 가장 중요한 진전은 교섭의제의 측면에서 나타났다. 지금까지 산별교섭이 단지 기업별 교섭의 총합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그런데 2007년 보건의료 산별노사는 개별기업에서 일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비정규직 문제를 산별수준에서 합의하였다. 2007년 산별 5대협약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노조의 조정신청 이후 이루어진 6월 22일 제 2차 실무교섭 때부터이다. 당시 노조는 총액대비 9.3% 인상 및 비정규직에게도 동일한 임금인상률 적용,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였고 사측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예산소요가 많다는 이유로 임금동결 혹은 1.6%를 제안하였으며 나머지 문제는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하였다. 뒤이어 중노위에서 노사 양측에게 적절한 절충을 요구하자 노조는 6월 25일 특별조정위원회에서 임금인상 요구사항을 전향적으로 바꾸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전제로 한 정규직의 임금인상의 유연한 적용”이라는 제안 아래 비정규직 정규직화 비용을 포함한 3~6% 수준의 인상률을 언급한 것이다. 또한 중노위가 비정규직 문제해결 비용을 고려하여 정규직임금인상률을 낮게 적용한다는 조정안(사립대 총액기준 3.5%, 민간중소 총액기준 2.5% 등)을 제시하면서 노조측의 손을 들어주고, 직권중재보류를 통해 사실상 합법파업을 허용하면서 교섭의 핵심의제가 비정규직 문제해결로 바뀌었다. 사용자측이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문구화에 난색을 표명하면서 교섭이 결렬된 직후 개최된 6월 28일 중노위의 조정안에 대해 노조는 수용하고 사용자는 불가입장을 표명하면서 한때 교섭은 경색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7월 6일 “비정규직 문제해결 비용 포함”이라는 수준에서 사립대 5.3%, 민간중소 4.3%, 국립대 2.5%+1.5% 등이 합의되면서 2007년 산별협약이 타결되었다. 이외에도 노사 양측은 “비정규직대책노사특별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산별중앙노사운영협의회의 구성에도 합의하는 등 교섭의제에 관한 한 중요한 진전을 보였다. 특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비정규직 문제’를 산별수준에서의 노사 자율합의를 통해 해결하여 사실상 300억원 규모의 비용을 마련한 것은 직접고용 5천500여명과 간접고용 5천150여명의 정규직화 및 처우개선에 청신호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산별교섭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라 하겠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난제들

교섭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교섭비용이 줄어들고 있으며 교섭의제 역시 개선되고 있긴 하나 보건의료 산별교섭은 여전히 몇 가지 난제를 안고 있다.

첫째, 보건의료 노조의 조직력의 문제이다. 사용자측이 산별교섭에 나서는 것은 노조의 요구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사업장 노조의 조직력이 약할 경우 사용자측은 산별교섭에 굳이 나서야할 필요가 없어진다. 산별교섭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노조의 조직률 제고 및 조직력 강화가 요구되며 국립대병원들이 탈퇴한 효과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애써서 교섭석상에 앉는 사용자측 일수록 피해가 클 수도 있다는 역설이다. 아직까지 산별 교섭이 개별 기업 노조 조직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조직력이 강하면 사용자측은 산별교섭에 보다 긍정적이다. 문제는 이 경우 노조의 파업 표적이 될 가능성도 그 만큼 높아져 “왜 산별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사업장 보다 참여하는 사업장이 매번 피해를 입어야 하느냐”는 항의가 생길 수밖에 없다. 표적 파업은 외국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나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적절히 고려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는 노사 모두, 참여하지 않는 사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사용자단체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이번 교섭에서도 노사 간의 이해 조정이상으로 어려웠던 것이 사용자측 내부의 이해 조정이었다. 비정규직 문제해결과 관련해서도 비정규직이 많은 사업장과 적은 사업장, 기업규모 별로 서로다른 의견이 제시되어 막판까지 줄달리기를 해야 했는데 앞으로도 이와 같은 양상은 계속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곧바로 사용자단체의 안정화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향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내년부터 직권중재가 폐지되고 필수업무유지가 도입되는 등 법제도적 변화가 이루어지며 이에 따라 노사관계는 다시한번 출렁일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사전적인 검토 및 조정이 필요하다.

다섯째, 동질성 확보 및 임금협상의 효율성제고 이다. 임금인상률 간의 격차를 줄여서 기업별 격차를 완화하는 방식으로는 동질성 확보가 어려우며, 다른 한편 임금이 특성별로 달리 적용되는 방식으로 합의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임금합의는 특성별로 달리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겠느냐는 문제제기도 존재한다.

정부 지원 있어야 미래가 밝다

하지만 보건의료 산별교섭이 한고비를 넘겼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문제들을 공식 비공식적 노사협의를 통해 미리 검토하고 사전적으로 조정한다면 보건의료 산별교섭의 미래는 예상외로 밝을 것이다. 또한 노사 양측의 자율적 협상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돋보였다는 점 역시 2007년 산별교섭의 중요한 성과이며 이와 같은 자율적 협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도 여전히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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