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될 필수공익사업장 대부분의 주요업무가 필수유지업무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대로라면 필수유지업무 범위가 너무 넓어서 필수유지사업장의 파업은 거의 어렵게 될 것이란 지적이 높다.<본지 6월26일자, 7월4일자 참조>

내년부터 직권중재제도가 폐지되고 필수유지업무가 도입됨에 따라 정부는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파업해도 꼭 유지해야 하는 업무를 담은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11일자로 입법예고했다. 필수공익사업에는 철도·도시철도, 항공운수, 수도, 전기, 가스, 석유, 병원, 혈액공급, 한국은행, 통신, 우정사업 등 총 11개 사업이다. 항공운수와 혈액공급은 지난해 로드맵 입법시 새로 추가됐다.

노동부는 “ILO가 제시하고 있는 공익사업 최소유지업무제도, 즉 공중의 생명·건강 및 신체의 안전에 관련된 필수서비스와 공중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최소서비스에 준거했다”며 “쟁의권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가급적 업무를 세분해 그 업무의 최종 서비스 생산에 미치는 영향, 대체가능성, 노동력 공급의 상시성 여부 등 업무를 분석·검토해 그 중 필요최소한의 업무만 열거·예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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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유지업무 폭넓고 세세하다

정부가 시행령에 담은 필수유지업무 범위는 매우 넓고 세세하다.<표 참조> 정부는 “필수공익사업 파업해도 이 업무만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노동계는 “대다수 업무가 필수유지업무에 해당된다”며 쟁의권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철도·도시철도는 운전·관제·전기·신호·통신·차량정비(중정비 제외)와 선로점검·보수 업무를 포함시켰다. 화물운송, 승무·역무(매표·안내), 전산, 설비관리는 제외된다. 노동부는 이 경우 필수유지업무 비중(근로자수 기준)이 50% 가량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번에 새로 필수공익사업으로 추가되는 항공운수사업은 항공운송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업무라고 규정했으면서도 탑승수속·보안검색·조종·객실승무·운항통제 업무 등 주요업무는 대다수 포괄됐다. 이 경우는 여러 사업자로 분산돼 있고 연속공정에 해당돼 그 파급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사업은 취수·정수(소규모 자동화 정수설비 포함)·가압·배수시설의 운영 업무 등 전체 업무의 30%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원(수도요금), 댐관리, 건설분야는 제외된다.

전기사업은 발전업무는 발전설비 운전·정비·안전관리 업무 등 약 60%, 송·변전 및 배전업무는 지역급전소·급전분소·유인변전소 운영업무 등 약 50%, 전력거래업무는 중앙 급전·지역 급전·급전 운영·전산실 운영 등 약 50%가량의 업무가 해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업무서 50% 이상 차지

가스사업(액화석유가스사업 제외)은 천연가스 인수·제조·저장·공급·긴급정비·안전관리 업무로서 약 70%에 해당될 것으로 당초 전망됐다. 석유정제·공급사업은 인수·제조·저장·공급·긴급정비·안전관리 업무로서 약 30% 정도로 내다봤다.

병원사업은 응급의료, 중환자실·분만·수술·혈액투석, 마취·진단검사·응급약제·처방용 환자급식·산소공급·비상발전·냉난방 업무가 포함되며, 약 10~15% 가량이 해당될 것으로 보았다. 역시 이번에 새로 필수공익사업으로 추가되는 혈액공급사업은 채혈·검사·제제·수송 업무로서 약 80%정도가 해당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사업은 중앙은행 특수성을 고려해 업무전반이 설정됐다. 통화신용정책과 한국은행 운영, 한국은행권 발행 등이 총망라돼있다. 약 70%가 해당된다.

통신사업 기간망과 가입자망의 운영·관리 업무, 고장신고 접수·수리 업무로서 약 20%가량 해당될 것으로 보았다. 내부 전산망 업무는 공중 일상생활에 영향이 없다며 제외했다. 우정사업은 기본 우편역무(통상우편물 및 소포우편물)와 부가 우편역무 중 내용증명과 특별송달 업무가 해당된다. 동일 노동자가 기본·부가역무를 함께 담당하기 때문에 비중은 90%로 가장 높을 것으로 보았다. 등기우편, 보험취급, 우체국쇼핑, 전자우편 등은 제외된다. 

‘이에 준하는 업무’는 빠졌지만

한편 이번 시행령 입법예고안에서는 당초 초안의 각 사업마다 ‘이에 준하는 업무’라는 명시해놓았던 표현이 사라졌다. 이는 자칫 해석상 필수유지업무 범위를 더 넓힐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지적받았던 부분으로 노동부는 최종 검토과정에 이를 제외시켰다.

하지만 대체근로 허용에 따른 ‘파업참가자 수의 산정방법’은 초안과 같이 유지시켜 논란거리를 남겼다. 입법예고안에서는 “파업참가자 수를 산정함에 있어 파업참가자란 노조가 주도한 파업에 참가한 자로서 근로의무가 있는 근로시간 중 일부 또는 전부의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자를 말한다”며 “그 수는 1일 단위로 산정한다”고 규정됐다.

하지만 매일같이 변하는 파업참가자 수에 따라 대체근로 범위를 정하는 게 가능한지, 이를 계산하는 근거도 노사간 서로 다를 수 있어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 필수공익사업장의 노사는 시행령이 정한 필수유지업무 범위 내에서 그 유지수준(유지율), 대상직무, 필요인원 등 그 구체적인 운용방법을 협정으로 체결해야 한다. 시행령이 확정 되는대로 노사는 업무협정을 맺어야지만 합법파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벌써부터 노사간 충돌이 예상되는 등 업무협정을 맺는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지 못할 경우 노동위원회의 결정(중재)에 따라야 한다. 노조가 파업시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운영을 하지 않을 때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ILO 필수서비스에 제한하라는데

이번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필수유지업무 범위가 너무 넓어서 파업권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노동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같이 필수유지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세세하게 규정함으로 실제 노사간 업무협정으로 조율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노사간 업무협정을 맺지 못할 때는 노동위원회 중재를 받아야 하는데 이것이 직권중재와 다를 바가 없다는 주장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직권중재제도는 사전적으로 아예 파업권이 원천봉쇄 되는 무서운 제도가 아니었냐”며 “이는 파업 전 최소한의 범위를 정하는 것으로 구체적 범위는 결국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시행령에 필수유지업무 범위를 정했지만 이 범위 내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구체적 업무협정을 맺으면 되기 때문에 파업권 제약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날 이 장관도 인정했듯이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이 커졌을 때 긴급조정제도까지 포함되면 더욱 파업권이 위축될 우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필수공익사업장 내 대다수 업무가 필수유지업무로 규정돼 사실상 현행 법체계에서 ILO의 필수서비스와 최소서비스의 구분은 소멸되고 있으며 이는 노동기본권에 대한 중복적 규제”라며 “노동부는 ILO 기준에 부합하고 있다는 주장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즉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지난달 14일 한국정부에 권고안을 통해 “파업권이 엄격한 의미에서의 필수서비스에만 제한되도록 해야 한다”며 “노조법의 필수공익사업 목록을 수정하라”고 전달한 바 있다.

반면 한국경총은 “입법예고안은 노동계의 입장만을 고려해 필수유지업무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며 “이는 필수유지업무 본래의 취지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욱 포괄적인 규정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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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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