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노동부 장관에게 10일은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하루였다. 이랜드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 교섭을 성사시키는 등 그의 활약이 컸다.

시작은 전 날인 9일부터다. 이날 오후 6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대표이사의 교섭참가 △고소·고발 취하(교섭기간 중 신변보호) △계약해지자 일할 기회 부여 등을 요구했다. 이런 것이 전제가 돼야 점거도 풀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

이 장관은 다음날인 10일 아침 일찍 조선호텔에서 이랜드 그룹의 오상흔 홈에버 사장, 최종양 뉴코아 사장을 만나 이 같은 민주노총 입장을 전달했다. 민주노총의 요구를 듣고 성실대화에 나섰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두 사장은 당장 답을 주지 못하면서, 돌아가서 상의한 뒤 답을 주겠다고 했다. 이 장관이 국무회의에 들어가기 전인 오전 9시25분 사장들은 그렇게 하겠노라고 답을 줬다. 이 사실은 청와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장관이 풀어놓으면서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다음 관문은 노조 차례. 이상수 장관은 이날 오후 1시10분께 K1 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사측에서 대표가 나와 성의 있게 교섭하겠다는 진전된 안을 제시해서 이를 민주노총에 전달했다”고 역시 메신저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노조가 이 문제를 숙의하고 있을 것”이라며 “조만간 답변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다시 오후 2시. 이 장관은 노동부 출입 기자들을 만나 좀 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노사가 오후 4시 서울청에서 만나 협정을 맺을 거라고 말했다. 협정의 내용은 △노사 성실 대화 △노조 매장점거 해산 △해고자 53명 잠정 업무복귀 △정부 협상 기간 신변안전 등 총 4개항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30일간 교섭하고 내일부터 농성을 풀 것을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수배자 신변보장 문제도 정부 차원에서 이미 조율됐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날 서울청에서 노사가 마주 앉았다.

이상은 이상수 장관이 전한 10일 하루의 이야기다. 노사가 어렵게 마주앉은 자리지만 결코 쉬운 자리는 아닐 것이다. 사측은 이에 앞서 이미 노조측에 1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또한 53명은 뉴코아 해고자로 홈에버 해고자에 대한 언급이 없어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

이랜드 노사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한 달간 평화롭게 교섭하고 합리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시간을 끄는 이상은 되지 않을까. 이 장관의 주선으로 시작된 이랜드 노사의 교섭은 두 갈래의 길에 들어선 셈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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