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뿌리내린 것은 공공성이 관료주의로 대체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7일 덕성여대 인문관에서 열린 '한국사회포럼 부문토론: 새로운 발전동력으로서의 공공성 모색' 토론에서 김윤자 교수(한신대 국제경제학)는 "한국의 공공영역, 공공성에 대한 관념은 종종 관료주의로 희화화 되어 나타났다"며 "공공성에 대한 희화화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시장주의적 개혁에 대한 기대를 낳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근대 시민사회를 이루는 양대 축으로서의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 계급의 조직화가 지체되고 국가관료 주도의 산업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공공영역, 공공성에 대한 관념이 관료주의로 희화화 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역사적 경험에서 오는 한계

김 교수는 한국의 공공부문에서 공공성을 회복하는 일은 그간 누적되어온 정치경제적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공공성 담론을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진단은 역대 정권의 '정치 자금줄'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큼 정치비리에 공기업이 깊이 연관되어 있었으며, 이른바 '권력형 비리'로 구속되거나 물러난 공기업 사장이 적지 않았다는 역사적 경험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교수는 "실제 그간 공공부문의 경영진은 퇴임관료나 퇴역장성의 낙하산식 부임으로 충원되거나 관련부처의 인사적체나 승진적체를 해소하는 방편으로 충원되는 경우가 많아서 전문경영인이라기 보다는 수구관료의 성격이 강했다"며 "참여정부 하에서도 정부 산하기관의 기관장은 정권의 '보은인사' 차원에서 결정되는 일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원성과 양립되는 공공성 담론 정립

김 교수는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성공이 시사하는 것은 군사독재 이래 온존되어 온 집단주의문화, 개성에 대한 경시, 개인의 존엄과 소수의 인권에 대한 경시 등을 돌아보는 사회적인 계기를 그 동안 한국사회가 건너뛰어 왔다는 점과 연계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공공성 담론은 개인성을 침해하지 않는 '다원성과 양립'해야 정립이 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관료제적 조직론 및 조직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 민주의의적 절차의 확대, 공공성과 인권과의 긴장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공공성의 이중적인 면

이날 토론에서는 공공성의 이중적인 면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집중됐다. 토론자로 나선 안현효 교수(대구대)는 반자본주의적 요소들을 묶어내는 개념으로서의 공공성과 효율성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조작적(공공성을 수치화)인 개념으로서의 공공성 개념이 혼용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반자본주의적인 요소들의 집합적인 개념으로 활용되는 공공성은 예컨대, 사적이익 보다는 공공의 이익 중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의 자율조정보다는 통제된 시장을 중시하는 등의 내용으로 사용된다. 반면, 자본주의적 효율성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되는 공공성은 사회적 효율성에 가까운 공공성이라는 게 안 교수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도 "근본적 비판적 개념적으로서 공공성을 사용하는 경우 수치화의 어려움이 있어 구체적인 정책에 사용하기가 어렵고, 실용적인 개념으로 공공성 개념을 사용할 경우엔 주류경제학(시장주의자)에 말려 들 가능성이 있다"고 공감했다. 효율성, 경제성장 등을 대체할 수 있는 '발전동력'으로 공공성의 원리를 끌어올리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하소연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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