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지금 심한 충격에 휩싸여 있다. 네덜란드의 간판은행이자 전 세계 53개국에 진출해 있는 183년 전통의 ABN-Amro 은행이 매각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본시장통합법을 입법화한 한국에게 ABN-Ambro 은행의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매일노동뉴스>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분석한 정명희 전국금융노조 국제부장의 기고문을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LaSalle은행은 Bank of America에게 210억 달러에 매각되는 것으로 ABN-Amro와 4월23일 약정이 됐다. 미시간 지역의 영업기반이 없는 BOA로서는 반드시 이 은행을 매입해야만 했다. 시카고, 미시간주, 인디애나주의 영업기반이 취약한 BOA로서는 LaSalle은행을 매입한다면 이 지역의 강자인 JP Morgan을 뛰어넘어 4천122개의 지점과 140만명의 소매금융고객을 보유하게 된다. 2008년과 2009년 2년간 8억 달러를 구조조정을 통하여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OA는 현재 1.5조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 제2위의 은행이다(1위는 시티은행). ABN-Amro와의 계약이 파기된다면 BOA는 2억 달러의 위약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계약이 되어 있다.

새로운 입찰자의 등장

문제는 새로운 입찰경쟁자로 나선 컨소시엄 멤버 중 하나인 RBS(스코틀랜드로얄은행)은 미국시장 시장진입을 위해 반드시 LaSalle은행을 매입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입찰서에 미국의 LaSalle 은행을 반드시 함께 인수하기 위한 조건을 넣었다. 이 새로운 입찰자들의 인수합병전략은 ABN-amro를 매입하여 은행을 해체하여 세 은행이 일정부분을 나누어서 매입하는 것이다.

즉, RBS는 미국의 LaSalle은행과 아시아지역(중국 ·인도)의 투자은행업무 및 기업금융업무를 인수할 예정이고, Fortis그룹은 주로 유럽지역에서의 소매금융과 자산관리사업을 인수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페인의 Santander은행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강화하기 위해 남미(특히 브라질)와 이태리 지역을 영업권을 매입할 것이다.

RBS는 신주발행을 통해 272억 유로를 조달할 예정이다. Fortis는 150억 유로는 기존주식을 매각하고 50억 유로는 자본금 확충으로, 나머지는 자산과 채권매각을 통해 총 240억 유로를 조달할 계획이다. Santander는 기존주식의 매각과 전환사채의 매각을 통해 199억 유로를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RBS은행의 최고경영자(CEO)인 Goodwin씨는 48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수합병(M&A) 전략의 귀재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 영국 런던소재의 National Westminster Bank을 인수하면서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졌다. 그 당시 Bank of Scotland가 이 NWB를 인수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그가 개입하여 약정을 파기, 결국 NWB는 473억 달러의 가격에 RBS에 합병됐다. 펀드매너저나 투자전문가들 사이에서 그의 별명은 'Shred'로 알려져 있다. 그 의미는 ‘갈가리 찢는 사람’이다.

이번 M&A건에서도 그의 위력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ABN-Amro가 Barclays, BOA와의 계약을 파기하기 위해 ABN-Amro 의 주주인 헤지펀드 TCI Fund Management LLP(런던 소재 헤지펀드로 3%의 주식을 보유), Toscafund Asset Management LLP(런던 소재 헤지펀드로 1%의 주식을 보유), The Children's Investment Fund(런던 소재 헤지펀드)를 설득하여 이 은행을 세 개로 해체, 더 높은 투자수익을 주주들에게 지급하라고 온갖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헤지펀드, "ABN-Amro를 3개로 찢자"

심지어 투자자인 헤지펀드들은 네덜란드의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ABN-Amro가 주주들의 승인을 얻지 않은 상태에서 Barclays, BOA와 매각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에 현재 한창 뜨거운 감자인 미국법인 LaSalle은행에 대한 매각정지 가처분 소송은 주주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지방법원은 1심에서 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LaSalle 은행을 다른 누구에게도 매각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ABN-amro 는 주주의 동의가 네덜란드의 법률상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 하에 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미국의 BOA는 뉴욕연방법원에 항소를 제기하였는데 자신의 매입계약은 주주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조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네덜란드의 법률이 미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질의했다.

또한 일부 주주들(Invester association VEB)은 ABN-Amro가 RBS, Fortis, Santander그룹의 인수계획에 대한 내용을 미디어에 흘림으로써 Barclays의 인수가격을 올리려 한다고 주장하면서 Barclays의 인수제의를 막아야한다는 판결을 받아냈고, 또한 네덜란드 증권감독기구인 AFM에게 RBS가 이끄는 그룹이 인수가격에 민감한 정보를 흘리고 있다면서 정밀조사를 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ABN-Amro는 고등법원장의 최근 발언에 고무되어 있다. 그의 발언은 약 80%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주주의 동의를 얻는 것은 네덜란드의 기업법에서는 요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ABN-Amro , BOA, Barclays가 주도하는 항소가 이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헤지펀드 투자자들은 이에 대한 새로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주주들은 그들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고등법원의 판결은 7월 중순에 나올 예정이다.

두 그룹의 경영전략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Barclays, BOA에의 매각에서는 절차가 안정적이고, 경영진의 구성에서도 Barclays은행과 ABN-Amro은행간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보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을 해체하지 않으면서 합병을 통해 세계 제일의 리더가 되려고 하는 반면, RBS가 이끄는 그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헤지펀드들을 자극하여 주주의 권리와 이익에만 관심을 갖고 진행하고 있다. 또한 Barclays보다 2배 이상의 직원감축과 아웃소싱으로 인수매입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 RBS의 전략임을 모든 전문가들은 인지하고 있다.

은행 발전이 우선이냐, 주주이익이 우선이냐

네덜란드는 개방형 경제구조로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외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국가이다. 외국인투자에 대해 너무도 관대한 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최근 10여년 동안 경제상황은 좋지 않았다. 세금감면혜택 등을 통해 많은 해외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들이 이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 ABN-Amro의 사례는 소수의 주주 헤지펀드들이 경영진을 압박해 은행을 산산조각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주권리의 과대한 보장은 금융의 공공성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심지어 국내기업들의 경쟁력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국의 재경부는 현재 사모펀드의 활성화와 심지어 헤지펀드까지도 허용하자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론스타펀드의 외환은행 인수사례는 빙산의 일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향후 몇 년 사이에 한국의 종합금융사는 2개~3개 정도로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장래를 아무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사례에 비춰보면, 은행은 ABN-Amro, 보험사로는 ING가, 협동조합으로는 Rabo은행간 금융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네덜란드 기업과 국민에게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헤지펀드, 사모펀드의 투자수익률 달성의 한계는 분명하다. 계속적인 인수합병전략을 통해 영업확대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비용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다른 은행의 먹잇감이 되거나 해체되고 말 것이다. 전 세계 신발업계가 나이키의 밑으로 들어갔듯이 은행계에서도 세계 유수의 몇 개의 은행의 밑으로 들어가는 합병이 일어날 것이다. 새로운 변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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