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주도로 일부 공기업을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정부 부처별로 대상 공기업을 선정·분류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여기에 포함된 공기업 노조들이 벌집을 쑤셔놓은 듯 반발하고 있다. 증시상장이 '민영화의 사전단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무리하게 증시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증시상장 대상에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한전KPS에 대해 산업자원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KPS는 한전이 100% 출자한 자회사로 화력발전소 설비 보수·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한전KPS에 따르면 산자부는 한전KPS를 증시에 상장할 경우 발전산업 경쟁체제에 맞춰 향후 발전정비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산자부는 오는 2009년 이후 발전정비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산자부는 증시상장은 WTO와 FTA 협정에 따른 발전정비산업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수립한 경쟁력 강화정책을 조정해야 하는 애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선진국 설비제작사에 원천기술을 의존하는 국내 현실을 감안해 발전정비시장을 보호육성하면서 점진적으로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기조가 증시상장으로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증시상장을 민영화의 전단계로 인식한 노조의 집단반발 등을 고려했을 때 산자부는 오는 2009년 이후에 증시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한전KPS가 유력한 증시상장 대상인 이유인 추정공모가가 장부가를 초과한다는 분석의 문제점도 산자부는 지적했다. 재경부는 한전KPS의 추정공모가를 1만8천960원으로, 장부가를 1만8천914원으로 계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체 1천800만주의 10%에 해당하는 180만주를 공모해 매각대금 341억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재경부의 분석이다.

산자부는 추정공모가가 장부가를 초과하고 있어 외형상 상장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발전정비시장 지배력이 계속 유지돼 기대이익이 보호된다는 전망에 기초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한전KPS의 발전정비시장 점유율은 현재 83% 정도이지만 증시에 상장되고 경쟁체제가 도입될 경우 시장지배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고려하지 않은 분석은 잘못된 것이고, 이를 토대로 증시상장을 강행하면 공모가 실패로 돌아갈 것이란 추정이 가능해진다.

특히, 한전KPS는 지난 2002년에도 굳모닝증권을 주관사로 끼고 증시상장을 시도했지만 추정공모가가 장부가 1만2천700원의 38% 수준인 4천792원으로 평가됨에 따라 상장을 포기한 바 있다. 발전정비산업의 시장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몇 년 새에 추정공모가를 더 높게 계산하는 것은 누가 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발전노조와 한전KPS노조는 정부가 왜 지금 공기업 증시상장을 추진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에서는 공기업 민영화가 중단된 상태였기 때문에 굳이 정권 말기에 노조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증시상장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국무총리실은 증시 활황세 유지, 우량 공기업 투자기회 제공, 우량주 고갈 현상 해소 등을 증시상장의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큰 공기업도 아닌 한전KPS와 지역난방공사의 주식의 10%를 시장에 내놓는다고 해봤자 1천억원이 되지 않는다. 증시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 애초 검토된 것으로 알려진 도로공사 등 덩치 큰 공기업들은 갖가지 이유로 순위가 뒤로 밀렸거나 대상에서 제외됐다.

남은 것은 주로 발전산업과 관련이 있는 한전KPS와 지역난방공사, 5개 발전회사 등이다. 이 때문에 노조들은 다른 분야의 공기업을 검토한 것은 연막이고, 사실은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약속 때문에 무리하게 발전산업 분야의 공기업을 증시에 상장하고 민영화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발전노조와 한전KPS노조는 상급단체와 함께 9일 증시상장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11일에는 한전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열어 반대투쟁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삼태 한전KPS 노조위원장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취임한 후 바로 증시상장 검토 지시가 떨어지고 급속하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데 왜 정부가 이렇게 하는지 누구도 속내를 알지 못한다"며 "이미 시장에서 불가한 것으로 확인된 공기업을 증시상장하겠다는 것은 발전산업 개방이라는 이면합의를 미국에 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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