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노조와 민주노총의 점거농성으로 이랜드그룹 계열의 전국 12개 매장이 사실상 영업중단에 이른 가운데 정부는 경찰력을 배치한 상황이긴 하지만 경찰력 투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자칫 노-정간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전면전 양상으로 확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6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이번 이랜드 사태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자리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부처간 이랜드 점거 동향을 파악하는 정도였고 대책까지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었다”며 “공권력 투입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 정부는 이랜드 계열 각 매장에 경찰력을 배치하긴 했지만 경찰력 투입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규직법을 둘러싸고 노-정이 ‘대리전’ 양상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는 보기 좋지 못하기 때문. 정부로서는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정부는 이랜드 사측의 비정규직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지난 5일 전경련 초청 간담회에서 직접적으로 “이랜드 외주화 성급한 결정”이라고까지 지목한 바 있다. 이랜드의 조치가 결코 해법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법적인 이랜드 계열 매장 점거가 길어지는 것에 대해 정부도 부담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처리에 문제가 있는 이랜드가 못마땅하지만 노조측의 매장 점거도 언제까지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내 기류가 조금씩은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의 8일 이랜드 계열 매장 점거에 돌입하는 등 민주노총의 개입이 하나의 빌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노사가 교섭을 하고 있고 사측이 10일 교섭을 제의한 상태여서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섭에 전혀 진전이 없다면 정부 내 기류는 강경하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부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경찰력이 투입된다고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정부가 함부로 뛰어들 상황은 아니지만 노사교섭에 진전이 없고 매장 점거규모가 커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9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