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봉사·인도주의 실천을 표방하는 대한적십자사가 체불임금과 노조관계법 위반으로 노조로부터 고소당할 위기에 처했다.

4일 보건의료노조 적십자사본부지부에 따르면 상주 적십자병원의 경우 지난해 상여금 1천200만원 가량을 전부 지급하지 않아 체불임금이 750%에 달하고 있다. 상주병원뿐만 아니라 산하 21개 병원과 혈액원 등 산하 기관에서 단협 상 명시된 상여금, 가계보조비, 효도수당, 복지수당과 근로기준법상 연차유급휴가수당을 300%~750%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적십자사본부지부는 “서울적십자병원, 인천적십자병원 등 6곳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시행토록 되어 있는 주 40시간 근무제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적십자사본부지부는 각 기관장들을 임금체불과 노조관계법 위반 혐의로 이달 중으로 고소한다는 계획이다.

적십자사가 이처럼 임금체불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적십자사의 주요 사업부서인 혈액원의 경우 누적결손금은 지난 2003년 99억여원에서 2004년 262억여원, 2005년 381억여원, 2006년 510억여원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이에 따른 정부의 국고보조금 지원도 2003년 949억9천100만원, 2004년 1천115억5천만원, 2005년 1천497억7천900만원, 2006년 1천861억1천700만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적십자사는 이 같은 재정난을 이유로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2005년 기준으로 적십자사 산하 의료기관의 비정규직 비율은 57.4%로 타 의료기관의 2배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통영적십자병원의 경우 전체 직원 115명 가운데 무려 81.7%인 94명이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난 2005년 ‘혈액대란’을 야기한 파업 끝에 노사는 비정규직 비율을 2006년까지 20%, 2010년까지 약 10% 수준으로 단계별 축소방안에 합의했지만 이같은 단협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적십자사본부지부의 설명이다. 현재 통영 적십자병원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여전히 80%를 넘고 있으며, 현재도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비정규직 채용공고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적십자사본부지부 박충건 사무국장은 “비정규직 비중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비정규직 대부분이 현장에서 헌혈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간호사들이라는 점”이라며 “비정규직 간호사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교육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임금도 정규직 간호사의 50~60% 수준으로 열악한 형편에 놓여있어 혈액사업의 안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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