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버 월드컵점에서 근무하는 김아무개 씨는 “여보, 다치지 말고 꼭 이기고 돌아와”라는 남편의 응원 전화에 힘이 절로 난다. 김 씨는 “닷새 전 짐을 꾸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발걸음이 무거웠는데, 가족들이 지지 해주니까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점포에서 근무하는 이아무개 씨는 “남편이 아예 먹을거리를 농성장으로 날라다 준다”고 자랑이다. “식사 때 국이라도 끓여 먹으라”며, 이씨의 남편은 자신의 승용차에 야채와 반찬거리들을 잔뜩 실어다 준다.

40~50대 여성노동자 700여명이 4일 현재 닷새째 홈에버 월드컵몰점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안에는 정규직도 있고 비정규직도 있지만, 80만원 남짓의 저임금을 받는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정규직은 세 달에 한 번씩 보너스를 받는다는 점이 다르다.

“임금이 워낙 적다보니, 늘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어요. 농성 하는 중에도 도시락은 빼먹지 않아요. 농성장 가까이 사는 동료들이 찬합에 밥을 싸오고, 밤샘하는 동료들과 나눠먹습니다.” 분당 야탑점에서 올라왔다는 서아무개 씨의 말이다. 서씨는 “농성을 하다 보니, 평소에 말할 기회조차 없던 직원들과 돈독해질 수 있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홈에버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동일한 계산대에 근무하는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직원들마나 근무시간이 서로 다르다. 손님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여러 명이 근무하고, 손님이 뜸한 시간에는 직원 혼자 전체 매장의 계산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서씨는 “직원들 간 대화 시간을 기대하기 어렵고, 밥도 혼자 먹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렇듯, 가족들의 지원 속에, 동료 간의 정을 확인하며 40~50대 여성노동자들은 점거농성이라는 극한의 투쟁을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이들의 농성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매장을 찾은 손님들은 “회사가 직원을 함부로 자르면 안되지”라며 혀를 차기도 하고, “힘내라”며 응원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농성 조합원들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는 노조 홈페이지에서도 확인된다. ‘마포 주민’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누리꾼은 “자신의 친구가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겨서 만나자”고 전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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