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산별교섭이 진전 없이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산별교섭 중단을 경고하며 사용자측의 전향적인 입장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사측 내부에서 오로지 임금 억제 논리와 강경한 목소리만 득세한다면 이런 식의 산별교섭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면서 “산별교섭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시기가 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사용자협의회 공동대표 3인과의 ‘담판교섭’을 제의하며, 이 자리에서 산별교섭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선언해 귀추가 주목된다.

◇사측 ‘내부 이견’, 협상진전 걸림돌=지난 주말부터 협상을 속개한 보건의료 산별교섭이 잇단 실무접촉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전 없이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8차 실무교섭에서 보건의료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포함하여 총액대비 5.3%(사립대병원)~4.3%(민간중소병원) 임금 조정안’을 사측이 수용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사측은 지난달 28일 결렬 직전에 제시한 ‘3.5% 임금인상과 1.5% 비정규직 처우개선 비용’ 안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흐름은 사용자측 내부에서 의견조율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게 협상장 주변의 평가다. 올해 출범한 보건의료 사용자협의회는 3인의 공동대표 체계 아래 7~8명의 부대표와 25인 인내의 평의회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산별협약 체결에 대한 인준은 총회의 권한이지만 사업계획 및 예·결산 수립, 산별교섭 위원 선임 등을 담당하는 평의회가 사실상 협상 진전여부를 결정짓는 구조이다. 공공-민간, 대형-중소 등 특성별로 상이한 병원 사용자들은 지난 산별교섭에서 “노조와의 협상보다 사측 내부 의견조율이 더 힘들다”고 토로할 정도로 내부 입장조율에 어려움을 내비쳐왔기 때문에 평의회의 역할에 상당한 무게를 실었다.

사용자협의회는 지난 1일 평의회를 개최했으나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공방 속에서 향후 협상안에 대한 결정은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산별교섭 포기’ 발언, 왜?=보건의료노조는 사측 평의회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유를 일부 병원 사용자가 산별교섭을 임금억제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협상진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2일 성명을 통해 이들 병원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성명에서 보건의료노조는 “정규직 임금인상의 일부를 양보하면서까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비용부담을 분담할 의향까지 밝히면서 사측의 결단을 촉구해왔으나 사측은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정규직 임금은 낮추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없이 7월 시행되는 비정규법에 따른 차별시정과 형식적인 처우개선만 하겠다는 생색내기식 처방과 기만적인 태도로 조합원의 분노를 샀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건의료노조는 “사측 내부의 합리적이고 원만한 의결단위가 무너지고 오로지 임금 억제 논리와 강경한 목소리만 득세한다면 이런 식의 산별교섭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면서 “올해 노사의 합리적 판단과 전략적 선택으로 산별교섭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의 판단여부는 담판교섭에서 결정짓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004년 산별교섭 이후 줄곧 낮은 임금인상률을 기록해왔다. “주5일제의 확대나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임금인상을 전제로 정규직의 임금인상률을 낮추었기 때문에 지난 3년간 교섭 혹은 직권중재에 의해 결정된 보건의료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는 전체산업 평균이나 보건산업 평균보다 낮다”는 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위원 지적처럼 보건의료노조는 산별교섭과 산별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임금을 양보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보건의료노조가 성명을 통해 공개적으로 ‘노조가 먼저 산별교섭 판을 깰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배수의 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병원 사측 역시 산별교섭을 통해 임금억제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올해 산별교섭에서 노조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정규직 임금을 양보할 수도 있다’고 까지 밝혔음에도 사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비정규직 처우개선’ 안을 제시하는데 그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현재 산별교섭 파행의 한 복판에 서있는 사립대병원의 경우 사용자단체 대표를 선출하는데 ‘제비뽑기’를 동원하는 수준”이라며 “대학에서 학생들의 존경을 받는 부총장이자 병원에서 환자에게 신뢰를 받는 의사이자 최고경영자로서의 사립대의료원장들이 ‘악덕 기업주’ 보다 더 못한 모습에 실망을 넘어 분노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3일 전국지부장-전임간부 회의를 열고 향후 파업수위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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