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은행들은 6월 말 현재까지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2년의 여유가 있어 급할 게 없다는 분위기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기간제의 경우 시행 이전 근무기간을 소급해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보다는 법 테두리 안에서 편법적인 방안을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둔 은행권의 대책을 살펴보면 대략 세 가지 흐름이 관측된다. 우리은행처럼 직군을 분리하는 방식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식, 부산은행과 같이 새 직급을 만드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무기계약직, 재계약 탈락비율이 변수=은행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무기계약직을 전환하는 방식이다. 대형 은행들은 이미 무기계약직 전환을 염두에 두고 창구분리작업을 마무리한 상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영업점 업무분리제(SOD)를 올해 초부터 시행하고 있고, 기업은행도 7월부터 창구텔러의 직무와 업무분리를 계획하고 있다.

KB민은행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법안대로 하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전환이 대세”라며 “문제는 재계약 탈락비율인데 향후 인력수급 계획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군제 도입 사례 많아=일부 은행에서는 우리은행 방식의 직군분리를 고민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직군제 도입을 노조에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직군제 도입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노사 태스크포스팀(TFT)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농협중앙회도 7월에 계약직 636명의 직군을 분리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 99년 명예퇴직을 한 후 재입사한 직원이다. 하나은행은 현재 분리직군제(FM/CL)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분리직군제를 유지하면서 임금상승과 승진률을 보완해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새 직급신설, 노조만 환영=노조를 중심으로 새 직급 신설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7급을 신설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부산은행 노사가 합의한 방식인데, 현실적으로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는 안이라는 평이다. 금융노조도 산별중앙교섭에서 직급 신설을 통한 정규직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시중은행 한 노조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 은행은 새 직급 신설마저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노조가 적극적으로 제기해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측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어 확산되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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