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호텔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최저임금밖에 안 되는 임금을 견디며 8년 넘게 일해 왔습니다. 비정규직법이 시행된다길래, 정규직이 될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갑자기 용역회사로 나가라니요….”

롯데호텔 조리부에서 주방보조직으로 근무해온 박경옥(48)씨의 하소연이다. 27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본점 앞. 롯데호텔노조(위원장 이복준)가 주최한 ‘롯데호텔 비정규직 외주화 규탄 기자회견’에 호텔 소속 비정규 노동자 30여명이 모였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호텔측으로부터 용역전환 압력을 받고 있다는 조리부 소속으로 짧게는 8년, 길게는 15년 이상 롯데호텔에서 일했다. 이들은 “조리부 정규직 직원들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임금은 네 배 이상 적게 받았다”며 “호텔이 임금을 올려주지 않기 위해 우리를 용역회사로 내쫓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호텔은 서울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 소속 주방보조 비정규직 40여명을 외주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호텔업계 최초로 ‘비정규직 외주화’를 공식화 한 것이다. 호텔측은 “용역업체 소속으로 전환돼도 근로조건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3개월치의 임금을 위로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해당 비정규 노동자들은 호텔측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경이(42)씨는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싶다”며 “용역회사 직원이 될 생각이었다면, 호텔측이 강요하는 회사가 아닌 임금을 더 많이 주는 회사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주방보조직 외주화 방침이 알려진 이후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이 직접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은 본점과 잠실점에 200여명이 있고, 울산과 제주호텔까지 합하면 전체 규모는 800여명에 달한다. 이복준 위원장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4천3백억원을 기록한 롯데호텔이 80만원 안팎의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사직을 종용하고 있다"며 "롯데호텔은 선두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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