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 노사가 26일 부산 진구에 있는 본점에서 조인식을 갖고 사무직원 566명과 전산직원 40명 등 606명을 오는 7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데 합의했다.

26일 노사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은 새 직급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무직원은 7급을 신설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전산직원의 경우 경력과 임금수준을 고려해 호봉을 부여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들은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정년(만 58세)이 보장된다. 복지혜택도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향후 신입사원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노사는 올해 정규직의 임금을 동결하되,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 대해서는 5% 인상과 가족수당을 지급키로 의견을 모았다.

김동욱 금융노조 부산은행지부 위원장은 “최근 직군분리를 통한 정규직화 방식이 추세가 되고 있지만,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인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며 “완전한 정규직화를 통해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은행차원에서도 영업력 극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의 임금을 동결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비정규직의 완전한 정규직화를 위해서는 정규직의 희생과 양보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부상은행의 직급신설을 통한 합의에 대해 기존 직군제를 통한 합의나 선별 전환방식보다 진전된 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노조도 직급신설을 통한 정규직화 방안을 적극 고민하고 있다. 김재현 금융노조 정책본부장은 “단일호봉 동일직급제로 정규직화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정규직 임금을 동결한 것은 아쉽다”며 “임금동결은 미칠 파급효과를 감안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파격조치, 은행권 확산은 ‘글쎄’
은행들 “방향 선회 어려워” 난색…지부단위 합의 부담
부산은행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은 '직군분리' 방식이나 시험절차를 거치는 '선별전환' 방식에 비해 진전된 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직군분리 방식은 차별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선별전환 방식은 전환규모가 작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에 부산은행의 정규직 전환방식은 승진을 보장하는데다, 차별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부산은행의 방식이 전체 은행권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재 은행마다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한 상태이고, 대형 은행의 경우 비정규직 규모를 고려할 때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노동계는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겠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안”이라며 “은행별로 프로젝트 등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방향을 선회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은행의 경우 지방은행의 특성상 창구를 분리하기 어렵고, 규모가 크지 않아 정규직 전환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대형 은행의 경우 이미 차별시정에 포인트를 맞춰 창구 분리작업을 완료했고, 비정규직 규모도 커 대규모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사용자들은 부산은행의 노사합의를 놓고 금융 산별중앙교섭의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중앙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형편과 상황에 맞게 지부별로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기해왔다”며 “금융 산별중앙교섭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와중에 지부단위에서 합의함에 따라 산별교섭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27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