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부터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학교·교육행정기관, 공기업·산하기관 등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7만1천861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정부는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의 ‘무기계약 전환, 외주화 개선 및 차별시정 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이날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기자브리핑을 통해 “공공부문이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비정규직 문제해결에서 민간부문을 선도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 정규직 전환자 7만1천861명 = 정규직 전환 검토결과, 대상 공공기관 1만714개(중앙행정기관 57개, 지자체·지방공기업 346개, 학교·교육행정기관 1만41개, 공기업·산하기관 270개)이며 기간제근로자 20만6천742명(5월31일 현재) 중 11만2천582명이 전환 요청됐다. 이 가운데 7만1천861명이 정규직 전환자로 확정됐다.<표1 참조>
 

정규직 전환기준은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고, 5월31일 현재 2년 이상 근속한 비정규직이다. 당초 전환 요청자 11만2천582명 중 2년 이상 근속 기간제근로자는 9만4천122명이나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빠진 2만2천261명은 일시·간헐적 업무(8천765명, 39.4%), 고령자(4천601명, 20.7%), 전문적 지식·기술 활용(2천87명, 9.4%) 등의 이유로 제외됐다.

주요 전환대상 직종은 학교 식당종사자가 3만1천872명(44.4%)로 가장 많았으며 행정사무보조원(7천396명, 10.3%), 교무·과학실험 보조원(6천592명, 9.2%)의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기관별 전환규모는 경기도교육청 1만1천663명, 경찰청 1천925명, 철도공사 1천392명, 제주도 843명 등이다.<표3 참조>


 

◇ 기존 정규직 최저기준 따라 임금 설계 = 정규직 전환자는 각 기관이 오는 9월말까지 직제개정, 인사규정 정비 등 절차를 마치면 10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절차를 밟는다.

앞으로 인원관리는 통상적 인력관리 절차에 따라 행정기관(학교 포함)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정규직으로 ‘무기계약근로자 관리지침’ 등 인력관리절차를 마련해 인원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공기업·산하기관은 해당기관 정원에 반영하고 직렬·직급·임금체계 등을 정비토록 했다. 임금체계 등의 정비는 해당기관에 재량권을 주기로 했다.

추가소요 예산은 2007년 151억원, 2008년 1천306억원 등 총 1천457억원으로 정부는 추산했다.<표2 참조> 이는 2007년 10월 일시에 정규직 전환과 처우를 개선함에 따라 유사·동종 정규직의 임금수준(예 : 교육부문 기능직 10등급 1호봉)으로 상향조정하기 위한 총액 추정치라는 설명이다.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실무추진단 한 관계자는 “유사·동종 정규직과의 차별개선 차원에서 (기존 정규직) 최저기준에 따라서 설계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 정규직 미전환자는 어떻게 되나 = 미전환 비정규직의 운명은 두 가지로 갈린다. 이번에 정규직 전환자 7만여명을 제외한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나 근속기간이 2년 미만이어서 전환대상에서 제외된 기간제근로자에 대해 내년 6월 2차 정규직 전환을 실시키로 했다. 대상은 3만8천~4만명 가량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2차 대책 시행 전까지 사업의 종료·폐지 등 합리적 사유 외에 고용계약을 종료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예컨대 내년 6월 이전에라도 2년에 근접했다고 '해고'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각 기관별로 ‘차별시정계획’을 수립·시행토록 했다. 이는 유사·동종업무에 종사하나 정규직 전환자와 미전환자간 차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외의 나머지 9만여명의 기간제근로자에게는 정규직 전환의 기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경우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로 2년 사용기간 전에 계약해지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 외주화 확대 여지 커 = 청소·경비 등 외주업무에 종사하는 외주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입찰제도 운영방식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순노무 외주업무에 대해 △최근 시중노임단가(501개 업무) 및 적격심사제(94개 업무)를 적용하고 △낙찰하한률을 조달청 기준으로 상향 조정(117개 업무)하도록 입찰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 오는 7월 이후 새로운 외주계약 체결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국가계약법(시행령)을 개정(오는 9월까지)해 ‘근로조건 보호조항’을 위반한 업체에 대해 일정기간 입찰자격을 제한하는 방안도 강구한다.

하지만 외주화 직접수행 전환은 1.3%에 그쳐 공공기관의 외주화 남용 가능성을 막지 못했다는 한계를 보였다. 총 277개 기관의 1천371개 외주업무 중 14개 기관 18개 업무(1.3%, 364명)만이 직접수행 전환대상에 포함됐다. 국정홍보처 방송제작, 전기연구원 시험보조, 예술의전당 무대장치 운용 등이다. 하지만 KTX 승무 업무도 직접수행 전환대상에서 제외됐다.<상자기사 참조>

◇ 무늬만 정규직 등 우려 남은 과제는 = 큰 틀에서 공공부문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한계 역시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임금체계 등의 정비는 해당기관에 재량권을 주고 추가 소요예산 확보방안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정부는 임금체계 등에 대해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을 두지 않기로 하면서 해당기관에 따라 임금체계를 달리해서 무늬만 정규직인 ‘차별받는 정규직’이 양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소요예산 확보방안도 지난 4월 추진단이 마련했던 ‘무기계약 전환 및 외주화 타당성 점검 관련 주요 검토기준(안)’에서 추가소요예산 추정치는 4천589억원이었으나 이번에 내놓은 예산 추정치는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밖에 정규직 전환대상 기준을 ‘직무’가 아닌 ‘사람’으로 판단해 상시·지속적 업무에 해당하더라도 2년 주기 교체사용을 가능케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예컨대 상시적 업무에 4명의 노동자를 각각 6개월씩 교체사용 한다면 무기계약 전환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며 “인건비 절감 유혹을 근절하지 않고 단기간 기간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주장했다.

"KTX는 우리 손 떠났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날 KTX 승무업무가 외주화 직접수행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사실상 노동부 손을 떠났음을 알렸다.
 

이 장관은 “KTX 문제는 외주화 직접수행과 관련해 문제를 풀려고 했으나 정부내 입장차가 커서 문제를 풀 수가 없었다”며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중재역할도 많이 했고 이철 철도공사 사장도 여러번 만났으며 KTX 승무지부 간부도 한 달 전 만나는 등 이번 종합대책에서 풀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관계부처간 논의했으나 완강히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주로 경제부처에서 원칙을 지켜라,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등의 반대가 많았다”며 “종합대책에서 다루지 말고 당사자끼리 다루도록 하자고 결론을 냈다”며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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