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5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국내총소득(GDI)으로 본 노동생산성의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IT산업 등 고생산성산업으로 노동력이 대거 이동한 결과, 노동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지만, 경제의 개방화에 따른 교역조건의 악화로 인해 생산성 향상 효과가 상쇄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산업의 노동생산성 변화를 5년 단위로 보면, 1990년 대 이후 농림어업, 제조업,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둔화됐다. 특히 제조업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990∼1995년 연평균 8.79%씩 올라갔으나, 1996∼2000년에는 5.91%로 하락했고, 2001∼2003년에는 다시 3.72%로 떨어졌다.<표>
 

제조업 분야 중에서도 한때 노동생산성 향상을 이끌던 IT 부문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최근 크게 둔화됐다. 1990~2003년 사이만 해도 우리나라 자본·기술집약부문의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8~10%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노동집약부문과 마케팅집약부문이 2%대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 자본·기술집약 부문의 높은 성장으로 제조업 분야의 노동생산성 평균 증가률이 6.5%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IT부문은 1996~2000년 사이 연평균 10.3%의 생산성 성장을 보이며 제조업 성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IT부문의 노동생산성 성장이 감소하기 시작, 2001∼2003년에는 0.4%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의 개방화에 따라 IT제품의 가격이 떨어지는 등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둔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 오영석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990년 이후 노동생산성이 높은 기술집약부문으로 노동력 이동이 촉진되면서 제조업 전체의 노동생산성 향상이 발생하는 ‘구조적 이득가설’이 타당성을 가졌지만, IT제품의 가격하락과 같은 교역조건의 악화가 노동생산성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990∼2003년 우리나라 IT부문은 GDP(국내총생산) 증가에 따른 노동생산성 증가효과가 연평균 30.07%였지만,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이 가운데 14.85%가 상쇄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당시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5.21%로 낮아졌다.

오영석 연구위원은 “IT부문의 교역조건 악화와 그에 따른 GDI의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가격변동의 영향을 적게 받는 고부가가치 상품의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제조업을 보완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향상도 전체 경제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긴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26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