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보호법안의 6월 국회 심의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측이 “정부안을 의원입법안으로 변칙적으로 제출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김진표 의원을 통해 제출된 정부안을 상정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6월 국회서 심의가 무난해 보였던 조성래 의원안까지 같은 제정법임을 이유로 들어 법안소위에 회부하지 않았다. 사실상 6월 국회서 특수고용직 보호법안의 심의·처리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은 정부의 입법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이날 단병호 의원의 지적대로 “오래전부터 입법절차를 밟아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러지 못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은 곱씹어 봐야 한다. 그러나 6월 국회가 아니면 입법자체가 어려운 조건 탓에 의원입법 형식을 밟았던 정부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특수고용직 보호입법 논의는 지난 2000년부터 6~7년 걸쳐 진행돼왔다. 노사 입장차가 첨예해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간의 논의 과정을 보면 90여만명에 달하는 특수고용직의 보호 필요성이 유효하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과거 분명한 ‘노동자’였으나 점차 원하지 않는 ‘사업자’로 전환된 이들이라는 점에도 인식을 같이 했다. 물론 경영계는 특수고용직 보호입법 논의에 늘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노사관계 로드맵 논의시 특수고용직 보호입법 논의를 미루고, 올해 정부의 노사정TFT 참여를 거부했던 이는 다름 아닌 경영계다. 정부 내 논의가 질질 끌렸던 것도 이 같은 사정과 무관치 않다.

이날 단병호 의원은 “절차의 문제를 주장하지만 이는 17대 국회 임기에서는 다루지 말자는 이야기와 같다”며 “현재 환노위 성원 조직도 어려운데 9월 정기국회에서 올해말 대선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과연 법안소위와 공청회를 열리겠냐”며 한나라당 주장이 현실성 없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사정을 한나라당도 잘 알면서도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은 것은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선거로 뜨거워질 하반기 국회에선 어떤 법안도 제대로 심의할 수 없지 않는가.

한나라당측이 진정으로 특수고용직 보호입법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정부안의 입법형식을 따지기 전에 6월 국회에서라도 조속히 심의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이제 공은 ‘공청회’로 넘어갔다. 한나라당 측도 더 이상 제정법이냐 개정법이냐의 형식논리를 따지지 말고, 조속히 공청회를 열어 국회 심의를 앞당겨야 한다. 만약 공청회를 미룬다면 사실상 특수고용직 보호입법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진정 책임지는 자세가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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