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4년 첫 산별교섭 이후 보건의료노조는 매 해마다 파업을 벌여왔다. 4년차 산별교섭마저 파업으로 마무리될 것을 생각하니, 이제는 보건의료노조의 산별파업이 아예 '연례행사'로 자리를 잡을까 우려스럽다.

노사갈등과 교섭비용을 줄인다는 ‘산별교섭’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매년 병원 파업이 끊이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보건의료 산별교섭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그동안 병원 노사는 노조의 조정신청 이전에 요구안을 심의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난 2004년 첫 산별교섭 당시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고 나서야 사용자 측은 교섭진용을 갖췄다. 파업 돌입 직전까지 노사는 수십 차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사측의 산별교섭 참가문제부터 교섭대표단 선출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지난 2005년 2년차 산별교섭에서도 사용자측은 사립대병원 사용자들이 교섭대표단을 선출하지 않아 시간만 보내다가 노동위원회의 조정회의가 시작되고서야 협상안을 주고받았다.

이러한 행태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올해는 보건의료 사용자단체가 출범한 첫 해로, 산별교섭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협상의 전개양상은 예년과 다를 바가 없다. 병원 노사는 지난 5일 6시간 넘게 마라톤협상을 진행했지만 단 한 발짝도 진전하지 못한 채 결렬됐다. 노조는 예정대로 오는 9일 조정신청을 접수하고 파업수순을 밟아나가겠다는 입장이다.

7일 열린 보건의료노조 기자간담회에서는 조은숙 노조 사무처장이 “사용자가 ‘차라리 노조가 시작과 동시에 조정신청을 한다면 교섭이 정말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늘 말을 전하는 대목에서는 노조 역시 조정신청 이후에서야 협상이 본격화되는데 이력이 난 듯 보였다.

보건의료 산별교섭의 이 같은 관행은 병원이 필수공익사업장이라는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직권중재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교섭에서 시간만 끌다가 ‘강제중재 안’만 떨어지기를 기다리면 된다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는 조은숙 사무처장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는 이 외에는 보건의료 산별교섭의 이상한 관행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 사용자는 ‘이중교섭 이중쟁의’ 때문에 교섭비용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불만을 터트리기 이전에 스스로를 되돌아보아야할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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