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중앙노동위원회의 비정규직 차별시정과 관련한 학술용역사업에 참여했던 전윤구 경기대 교수(법학)가 경총이 내는 <임금연구>에 차별 해석론을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시정신청을 둘러싼 해석론의 검토’라는 주제인데 그는 “최종적인 유권해석이 아니라 하나의 해석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차별금지가 비정규직 규율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이기 때문에 실무적 이해가 이뤄졌다고 말하기 곤란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차별심사 과정을 2단계로 제시한다. 우선 사용자의 행위가 불리한 처우인지를 심사하고 다음으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면 이를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심사한다는 것이다. 불리한 처우를 판정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교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비교대상자를 선정해야 하는 경우 그 기준은 먼저 같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소속돼 있을 것과 동종이나 유사업무에 종사할 것을 들었다. 같은 사업이나 사업장 소속에 대해서는 동일한 사용자에 의해 고용될 것과 기간제 근로자와 동일한 사업장에서 일하거나 배치돼 있을 것을 기준으로 들었다.

직군분리나 한 부서 전체를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는 경우, 공무원과 기간제 비교 등 특수 문제에 대해서도 해석을 내렸다. 먼저 직군분리의 경우 그는 “직군의 분리와 설계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자유영역”이라며 “차별금지 법규가 시행되면 자유영역은 축소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직군분리를 “직접적으로 차별적 처우를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차별금지규정 위반을 우회하는 방법이라고도 했다. 그는 “분리된 직군에 따라 기간제에 대해 낮은 처우가 이뤄지면 불리한 처우라고 보아야 한다”면서도 “우리은행 사례처럼 분리된 직군에 종래의 기간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차별금지조항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봤다.

한 부서 전체를 비정규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한 유사업무에 대해서도 비교대상자 선정이 가능하다고”고 해석했다. 공무원과 기간제 비교에 대해서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수행성이라는 기준만 충족되면 민간인 정규직과 민간인 비정규직 사이의 비교는 물론 공무원과 민간인 비정규직도 비교가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다음으로 불리한 처우라도 법에 저촉되지 않을 합리적 이유도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합리적 이유를 여섯가지로 구분했다. 먼저 체력단련비처럼 급부의 명칭과 실제 내용이 다를 경우에는 명칭을 우선 존중할 것을 제안했다. 또 단기고용이라는 특성 때문에 생긴 임금과 근로조건 차이도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봤다. 장기고용을 전제로 한 장기근속수당, 앞으로 근로의욕 고취를 위한 격려금, 교육훈련 배제는 합리적인 이유라는 주장이다.

기간제에 대한 불리한 처우 근거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 규정에 의한 것일 때는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채용조건이나 채용방법, 절차를 달리해서 채용했다고 하더라도 이 이유만으로 합리적 차별이 될 수 없다고 그는 해석했다. 업무의 범위나 책임 등을 비교대상 상용직에 비해 제한한 경우 임금 차이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시장에서 특정직종의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상용직을 채용했을 경우 차별은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노동시장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경영상 해고의 경우는 기간이 만료된 기간제의 재계약 거부와 계약기간 중 정리해고로 나눠 살폈다. 그는 계약만료자의 단순한 계약갱신 거부는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며 그 이유로 계약의 고유한 속성이라고 했다. 해고회피노력으로 계약갱신을 거부했을 때는 원칙적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계약기간 중 정리해고는 사업운용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이런 계획은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는 “계약의 공정성 확보가 공공연히 벌어지는 심각한 불공정성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차별시정위원회와 법원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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