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개최된 금융노조 산별임단협 1차 교섭에 사용자측 기관장들이 대거 불참한 것이 하나의 특징이란 지적이다.

특히 경남은행지부와 금융노조에 사전 통보 없이 불참한 정경득 경남은행장 문제를 놓고 정회시간에 1시간 넘게 금융노조 내부에서 긴박한 토론이 진행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노사 교섭위원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1차 교섭장을 들여다 본다.

◇ 좋은 결과 기대한다 = 1차 협상은 통상 참석한 노사 대표들이 한 마디씩 하면서 시작된다. 이날 사용자측 기관장들이 가장 선호했던 말은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였다. 수협 신용대표,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국민은행장, 신협중앙회장, 산림조합중앙회장, 우리금융시스템 사장, 수출보험공사 사장 등이 이 표현을 사용했다.

그 다음 많이 나온 발언은 주로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는 기관장들이 주로 사용한 "잘 부탁 드린다" "열심히 하겠다" 등의 발언이었다. 아부성 성격이 강한 이런 류의 발언은 주택금융공사사장("많이 배우고 노력하겠다")), 광주은행 부행장, 주택보증 사장("열심히 하겠다"), 감정원장("잘 부탁드린다") 등이 해당된다. '할 말은 한다' 류의 기관장들도 있었다. 김창록 산업은행총재는 "소득 3만 달러를 위해 금융권이 노력하자"라고 했으며,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타 산업의 모범 임단협 사례를 금융노사가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협상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발언도 있었다. 기관장 불참으로 경직된 협상장 분위기 속에서 터져 나온 경남은행 부행장의 발언. "행장께서 공항까지 왔다가 급하게 병원으로 갔다." 경남은행 노사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 통보도 없이 불참한 정경득 경남은행장을 금융노조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속에서 나온 경남은행 부행장의 발언은 순간 노조측 전체 교섭 대표들에게 "어이없다"는 인상을 주면서, 순간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 "한국노총과 공단협 잘 될 것 같다?" = 우리은행지부의 낙하산 저지 투쟁을 뚫고 올 3월 취임한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올해 처음 산별임단협 교섭에 참여했다. 이날 사용자측 대표자들의 발언 중 압권은 박해춘 행장의 "한국노총과 공단협 잘 될 것 같다"였다. 금융노사가 협상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왠 한국노총?. 1차 교섭 이후 박 행장의 엉뚱한(?) 발언에 대해 해석도 분분했다. 박 행장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금융노조'를 '한국노총'으로 잘못 발언했다는 해석, 취임 이후 인사노무 라인에서 교섭 구조를 제대로 행장에게 설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 행장이 교섭장에 나왔다는 해석 등이 제기됐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해석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박해춘 행장의 '군기'를 제대로 잡았다는 해석이다. 박 행장이 낙하산을 뚫고 우리은행에 입성하는 과정에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금융노조를 한국노총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박 행장에게 주지를 시킨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그래서 박 행장은 노조하면 한국노총만 떠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 지난해 과제 점검해 보겠다? = 노조측 교섭위원들의 발언 중 눈에 띄는 발언은 사진환 산업은행지부 위원장 입에서 나왔다. "자, 지난해 과제 점검해 보겠다." 갑작스런 과제 점검 발언에 노사 모두 순간 놀랐다. 사 위원장은 지난해 산별임단협 1차 교섭에서 '금융인력 15만 양성설'을 주장했는데, 오늘 그것을 점검해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 위원장은 이날 15만을 넘어 '금융인력 30만 양병설'을 주창했다. 특히 기관장들이 단기순익을 쫓는데 집중하면서 지부 노사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면이 있다며, "30만명의 금융인력을 양성하고 육성해 화끈하게 할 것"을 기관장들에게 주문했다.

◇ 경제는 밥 그릇 싸움이다? = 주상배 한국감정원지부 위원장의 장시간에 걸친 연설(?)도 교섭장에서 주목받았다. 주 위원장은 "수출교역량 세계 11위인 국가가 ILO(국제노동기구)가 집계한 노동인권 순위에선 80위 밖에 있다"며 "세계 11위의 기저에는 노동자의 아픔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그는 또 1500만명의 노동자 중 850만명이 비정규직이며, 이들의 인권유린 상황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지창 은행연합회장이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의 '증권사 지급결제시스템 허용'과 관련해 "은행과 증권사가 밥 그릇 싸움을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주 위원장은 "경제는 기본적으로 밥그릇 싸움이다. 한미FTA, 자본시장통합법이 다 밥 그릇 싸움이다"며 자통법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은행연합회측을 압박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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