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 산별교섭에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금융노조 안밖에선 산별교섭을 앞두고 위기의식이 크다. 최근 금융노조가 제기한 업무시간 단축이 언론에 뭇매를 맞으면서 산별교섭에 대한 주변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노조 소속 조합원의 분위기는 어느해보다 뜨겁다. 근무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하나같이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산별교섭에 대한 관점 포인트를 살펴본다.

◇ 금융노조 실리 챙기기 어려울 것 = 사용자측은 금융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금융권 노동자들이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라는 언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면도 있다. 금융노사가 대폭적인 임금인상률에 합의하기 어려운 외적 조건 속에서, 단협안 마저 무거운 안건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임단협이 순탄하게 전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용자측의 실무진에선 조언도 한다. '정년연장' 안건의 경우, 고령화시대를 맞아 정부의 고령자고용촉진에 부응하는 것 같지만, 실제 금융노동자의 체감 정년이 50대 초반인 점을 고려하면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안건이라고 지적했다. 상시적 퇴출프로그램 제도인 '후선역직위제도 폐지' 안건에 대해선 "무능력한 노동자를 퇴출시켜야 승진적체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신규인력채용에 나설 수 있는데 이런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사용자측 실무진들은 금융노조가 제시한 정년연장과 후선역직위제도 폐지 안건은 '신규인력 채용'과 '정년연장' 가운데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인가에 대해 금융노사가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업시간 단축 안건에 대해서 사용자측 임단협 실무진들은 아직 사회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실제 협상장에서 영업시간단축 안건은 △실적과 직결되는 캠페인 수 제한 △은행 간 과다경쟁방지협약 등의 체결 선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예측했다. 비정규직 차별시정 및 정규직화와 관련해서는 각 사업장마다 인력운용, 경영상황 등이 이질적인 부분이 훨씬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산별임단협에서 비정규직 차별시정 및 정규직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담고 있는 것이다.

◇ 교섭양상, 지난해와 다를 것 = 금융노조는 이러한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되레 자신감을 갖고 있다. 임단협 최대 이슈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관련해, 우리은행노사의 합의사례가 있어 의견접근이 보다 쉽지 않겠냐는 해석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영업시간 단축, 후선역직위 제도 폐지, 정년연장, 은행 간 과다경쟁 지양 등의 안건들은 큰 틀에서 노동강도 완화 및 고용안정이라는 맥락과 연결된 의제이기 때문에, 금융노사가 방향과 우선순위를 잡고 조화롭게 안건들의 가닥을 잡아간다면 의외로 접근이 쉬울 것이라는 게 금융노조의 판단인 것으로 관측된다. 임단협 분위기도 이러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뒷받침하고 있다. 대표단 교섭에 참석하게 되는 지부위원장들이 "지부 이기주의를 버리고 금융노조 임단협에 적극 임해야 된다"는 분위기다. 지난해와 전혀 다른 맥락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는 대표적인 안건이 영업시간 단축 안건이다. 영업시간 단축 안건은 금융노조의 '협상용 카드' 라는 지적도 있지만 실제 협상장에선 진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내점고객 수의 감소추세가 금융산업의 질적 변화를 요구하는 점, 비정상적인 퇴근시간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은행 간 국내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보다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점 등에 노사가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가 근로시간 정상황를 위한 다양한 해법을 찾는 데 논의할 수 있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후선역직위 제도 폐지도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노조가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면서 배수의 진을 쳤기 때문에, 후선역에 배치된 후 기존 임금이 50% 이상 삭감되는 등 '현격한 근로조건 후퇴'에 대해 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7월 비정규법안 시행을 앞두고 '차별시정'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경로를 놓고 원칙론적인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 각 사업장마다 사정이 다른 점을 감안해 시기 및 방법과 관련해선 해당 사업장 노사가 합의하기로 한다는 선에서 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은행 노사의 분리직군제 전환 방안을 산별 차원에서 명시하는 것을 둘러싸고, 임단협 기간 중 금융노조 내부에서도 또 한 차례 격렬한 토론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규직 희생론이 반발에 직면하면서 정규직 임금 동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협상장에선 사용자측을 압박하는 협상의 지렛대로 충분히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용자들도 정규직 임금동결만큼 매력적인 카드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금융노조 입장에서도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포함해, 영업시간 단축, 후선역제도 폐지 등 핵심 안건의 합의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정규직 임금동결 카드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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