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예금은행의 산업대출금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와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가 맞물린 2007년 4분기의 대출금 증감액 추이를 보면, 가계대출금 증가는 급감하고 있는 반면, 산업대출금은 2003년 이후 4년 만에 최대증가폭을 기록했다. <그림 참조>

금융기관의 공공성의 관점에서 보면, 은행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중소기업의 운전자금과 설비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산업대출을 늘리는 것은 금융기관이 자금중개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리스크가 높은 기업대출 보다는 안정성이 높은 가계대출을 우위에 두었던 행태와는 다른 양상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된다.

그러나 중소기업대출을 늘리고 있는 은행들의 행태가 일시적인 것이라는 지적이 노동계의 진단이다. 특히, 현재의 대출 행태는 또 다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일시적 유동자금 해결 =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정체 또는 하락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주택담보 대출이 급감하고 있으며, 이는 가계대출의 급격한 증가세 둔화로 연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환식 금융노조 정책국장은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가계대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시중의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기 보다는, 중소기업으로 흘러들고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 대출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예대마진율이 떨어지고 있는 은행들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소기업대출을 늘리고 있다는 게 민 국장의 진단이다. 다시 말해, 산업대출 증가현상은 은행의 전략적 선택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은행 간 경쟁적으로 '자산 늘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것도 산업대출 증가의 일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김재율 금융노조 정책국장은 "은행 간 몸집불리기를 통한 치열한 생존경쟁의 산물이 산업대출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저리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유인이 생길 것이고, 이는 또 다시 은행 간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간 금리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 자산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은행은 살아남게 되고, 그렇지 못한 은행은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특히, 은행 간 금리 출혈경쟁이 지속될 경우 시장경쟁력을 상실하는 은행이 나올 것이라고 김 국장은 우려했다.

◇ 또 다른 후유증 내포 = 산업대출의 증가추세는 일시적인 유동자금을 해결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지만, 산업대출이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실물경제가 침체될 경우 문제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진단이다.

특히, 현재의 산업대출 자금 증가는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민 국장은 "기업대출 자금 증가의 내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신용등급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기존에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출 증가는 신용등급이 더 낮은 기업에도 대출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은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총자산을 늘리기 위한 차원에서 고무되고 있다는 게 민 국장의 진단이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이 더욱 떨어져 은행의 이익감소로 연결되고, 중소기업대출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으로 쏠린 상황에서 실물경제가 악화될 경우, 은행에도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재율 국장은 "늘어난 산업대출 자금이 투자로 연결되고, 실물경제 회복으로 연결되면 좋은데, 그렇지 않을 경우 부실 중소기업의 속출과 은행의 부실자산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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